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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나는 빅터 프랭클을 읽었다 - 아무도 나를 구원할 수 없을 때, 스스로 구원이 되어라 ㅣ 흔들릴 때마다 나는 OO를 읽었다 2
빅터 프랭클 지음 / 닻 / 2026년 7월
평점 :
살아가다 보면 감당하기 힘든 불안이나 절망의 파도가 밀려와 내면의 중심이 흔들리는 순간들을 마주하곤 한다. 예전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은 적이 있었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라 그 감동과 문장들이 희미하게 흐려져 있었다. 흔들릴 때마다 나는 빅터 프랭클을 읽었다는 까맣게 잊고 지냈던 수용소 속 철학자가 선명하게 되살아나서 좋은 기억을 남겼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삶의 주권을 결코 남의 손에 넘기지 않았던 프랭클의 태도가 돋보였다. 아우슈비츠라는 생지옥 속에서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그는 결코 삶을 향해 자비를 구걸하지 않았다. 찢겨진 누더기를 걸치고 굶주림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뚱어리일지라도 외부의 폭력이 결코 빼앗을 수 없는 단 하나의 마지막 자유는 바로 그 고통을 마주하는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는 결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희생양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훔친 종이조각 위에 글을 복원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낸 그의 행보는 감옥이라는 물리적 공간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진정한 실존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증명해 보였다.
책장을 넘기며 프랭클의 치열한 내면 투쟁을 마주하는 내내 머릿속에는 우리나라의 독립투사 박열 의사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저번주 매불쇼에서 박열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그가 일본 법정과 감옥 안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선명했기 때문이다. 대역죄를 씌워 목숨을 옥죄어오는 일제의 권력 앞에서도 박열은 목숨을 구걸하기는커녕 당당하게 조선의 관복을 입고 재판관을 내려다보며 일본 제국주의의 위선을 향해 칼날 같은 일갈을 날렸다. 어차피 갇힌 몸이고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결코 비굴하게 연명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존엄을 온전히 불태우겠다는 그 결기는 감옥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끝끝내 잃지 않았던 프랭클의 정신과 비슷해 보였다.
타국의 사상가와 우리의 독립운동가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같은 높이의 숭고한 저항 정신으로 대항하는 순간을 보며 결국 인간의 자유는 스스로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현대인들은 매일 끝없는 경쟁과 현실적인 결핍 속에서 마음의 허무와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종종 삶의 핑계를 외부의 조건 탓으로 돌리곤 한다. 하지만 삶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삶이 나에게 요구하는 부름에 내가 어떤 태도로 응답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는 프랭클의 외침은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 아무도 나를 구원할 수 없을 때 스스로 나 자신의 구원이 되어야 한다는 선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가 되길 외친다.
박열 의사가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도 조선의 긍지를 지켜냈듯 그리고 프랭클이 절망의 수용소 한복판에서도 마지막 우아함과 태도의 자유를 잃지 않았듯 나 역시 외부의 거센 풍파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온전한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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