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고전이 여전히 현대인의 마음에 깊은 파동을 일으키는 까닭은 삶의 본질적인 방황과 투쟁을 가장 솔직하고 대담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를 숨죽이며 흥미롭게 관람한 뒤 그 압도적인 여운이 계속 남아서 IMAX로 다시 한번 관람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다. 스크린 위로 펼쳐진 거친 파도와 영웅의 고단한 여정을 눈에 담으며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선명한데 마침 읽게된 우리는 매일 각자의 오디세이아를 쓴다는 영화 속 서사와 주인공의 심연을 한층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만난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는 웅장한 신화의 테두리를 넘어 마치 반지의 제왕을 읽을 때처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모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모험담을 뛰어넘어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는 거대한 시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 인물이 겪어낸 지독한 고뇌와 내면의 갈등을 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사이렌의 매혹적인 노랫소리 앞에서의 유혹과 부하들을 잃는 뼈아픈 희생 그리고 낯선 고통 앞에서도 결코 삶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인간 오디세우스의 번민은 페이지마다 긴장감과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고향 이타카로 돌아와 곧바로 영광의 왕좌로 달려가지 않고 남루한 거지의 모습으로 변장한 채 때를 기다리는 대목은 강렬한 전율을 준다. 치욕을 삼키며 마지막 결전의 순간까지 자신을 낮추고 적의 눈을 속이는 그 냉철한 인내는 화려한 무력보다 더 단단한 진짜 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영생과 안락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유한한 인간의 길을 택하며 자신의 진짜 삶을 되찾기 위해 끝끝내 파도를 헤쳐 나간 그의 모습은 오늘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신들이 인간에게 가혹한 운명을 던져놓은 것은 훗날 불릴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호메로스의 문장처럼 우리의 삶 역시 매일 크고 작은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하나의 오디세이아다. 거센 풍랑 속에서도 노를 젓고 마침내 나라는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할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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