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밤을 알려 줄게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309
마일리 뒤프렌 지음, 파니 뒤카세 그림, 이세진 옮김 / 국민서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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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고 사방이 고요해지는 밤이 찾아오면 누구나 한 번쯤 두려움이나 낯선 적막감에 휩싸이곤 한다. 특히 어린 시절 불이 꺼진 방 안에서 벽장 너머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밤이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이던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국민서관 출판사에서 나온 마일리 도프렌 글 작가와 파니 뒤카세 그림작가의 아름다운 밤을 알려줄게라는 그림책은 이처럼 어둠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굳어 있던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주며 밤이라는 시간의 숨은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의 화려하고 섬세한 일러스트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눈부신 정원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파니 뒤카세 작가가 정성스럽게 수놓은 꽃과 잎사귀들의 촘촘한 패턴은 흑백의 차가운 어둠을 풍성하고 따뜻한 생명력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세밀한 펜 선과 감각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그림들은 글자 너머에 존재하는 밤의 풍경들을 훨씬 더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느끼도록 도와주어 첫 장부터 몰입감을 준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고 유쾌했던 지점은 바로 밤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 셀레스틴과 오히려 밤을 사랑하는 로즈 할머니의 독특한 만남이었다. 본래 밤의 지배자이자 어둠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할 박쥐가 밤을 무서워해 펄럭거리며 소동을 피우고 반대로 세상의 소음이 잦아든 밤의 고요를 좋아하는 로즈 할머니가 등장하는 설정은 따뜻한 웃음을 만든다. 할머니는 두려움에 떠는 꼬마 박쥐를 다그치거나 놀리지 않고 가만히 손을 내밀며 함께 밤 산책을 나가자고 제안한다.

로즈 할머니와 셀레스틴이 손을 잡고 구불구불한 길을 거닐며 밤의 냄새를 맡고 어둠과 친해져 가는 여정은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밤이란 단순히 빛이 사라진 무섭고 캄캄한 공포의 시간이 아니라 낮 동안 지친 생명들이 숨을 고르고 밤에만 피어나는 꽃들이 조용히 향기를 뿜어내는 가장 평온하고 눈부신 시간임을 보여주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할머니의 안내를 따라 한 걸음씩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으며 마침내 밤의 포근함을 마주하게 되는 꼬마 박쥐의 변화는 나에게도 치유의 시간을 선물해줬다.



무엇보다 이 책은 평소 어둠과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든든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무서운 상상에 사로잡혀 울먹이던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방 안의 어둠 속에서 로즈 할머니와 꼬마 박쥐의 다정한 밤 산책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둠을 억지로 참아내야 할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별빛과 달빛 아래서 은은하게 숨 쉬는 아름다운 휴식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에 용기를 심어준다.



아름다운 밤을 알려줄게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맞이하는 고요한 밤의 가치를 알려준다. 꼬마 박쥐의 귀여운 두려움을 보듬어 안는 로즈 할머니의 따뜻한 품을 느끼며 오늘 밤 내 일상에도 평온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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