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뜨거운 열정부터 황혼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이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온전히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 김희주 작가의 시 에세이집 빛과 그늘을 지나며라는 책은 오랜 세월 동안 저자가 마주했던 삶의 환희와 시련 그리고 감사의 순간들을 엮어낸 참으로 따뜻한 작품이다. 닥가 소개글을 읽으며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오랜 세월 동안 병원 임상과 간호 교육 현장에서 환자들의 아픔을 돌보며 헌신해 온 그녀의 이력을 접했을 때 병원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호기심이 생겼다.이 시집을 읽으며 가장 깊은 감명을 받았던 지점은 시 한 편 한 편마다 저자가 걸어온 인생의 궤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사실이었다. 청춘 시절 여학생관과 기숙사에서의 풋풋한 회상부터 시작해 첫 만남과 결혼 아이들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신앙 안에서의 고뇌와 중국에서의 낯선 나날들에 이르기까지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화려한 수사여구나 난해한 언어를 쓰지 않고 자신이 실제로 온몸으로 부딪치며 겪어낸 일상의 사연들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낸 덕분에 시를 읽는 내내 한 사람의 일대기를 곁에서 조용히 들여다보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문장들은 어머니 세대가 보내온 삶의 모습이 느껴져 내 가슴 깊은 곳에 감동을 줬다.저자의 정갈한 시들을 하나씩 읽다 보니 나 역시 매일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나 인생의 계절들을 짧은 글이나 시로 기록해 남겨보는 것도 참 재밌고 뜻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가는 시간에 쫓겨 살아가다 보면 오늘 내가 느꼈던 소중한 감정이나 작고 눈부신 순간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김희주 작가처럼 그 시절의 기쁨과 아픔을 나만의 언어로 기록해 둔다면 훗날 내 지나온 날들을 돌아볼 때 더없이 따뜻하고 소중한 인생의 보물같은 기록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났다.수많은 수록작 가운데 가장 커다란 부러움과 감동을 안겨준 작품은 6부 황혼 파트에 수록된 행복 호르몬이라는 시였다. 7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시집을 엮어내며 이런 나이에 이런 설렘과 떨림이 있을 줄 몰랐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매우 아름다웠다. 긴 세월의 노력이 창작의 기쁨이 되어 온몸에서 행복 호르몬이 솟구치고 젊은 날로 돌아가는 듯해 잠 못 이루겠다는 시인의 순수한 열정은 읽는 내내 커다란 부러움을 자아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을 쇠락이나 저무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배움과 창작을 통해 새로운 기쁨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노년의 모습이야말로 진정으로 축복받은 인생의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다가올 나의 노년을 맞이할 때 무기력함에 빠져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 저자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에 정성을 쏟으며 행복 호르몬이 끊임없이 분출되는 활기차고 눈부신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빛과 그늘을 지나며라는 책은 나에게 지나온 삶의 모든 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일깨워준 책이다. 빛나는 날뿐만 아니라 그늘진 고통의 시간조차 품고 지나갈 때 삶은 비로소 환한 꽃밭으로 완성된다는 작가의 지혜를 배웠다. 저자가 보여준 아름다운 삶의 궤적과 행복 호르몬의 열정을 마음에 품으며 나 역시 오늘 내 일상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빛과그늘을지나며 #김희주작가 #시에세이추천 #바른북스 #서평단 @barunbooks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