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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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거대한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다룬 문학 작품을 만날 때마다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서순희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사슴뿔버섯은 급격한 산업화의 파도 속에서 가난과 차별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생존의 의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강렬한 작품이다. 개발이라는 구호 아래 인간의 존엄성이 뒤로 밀려나고 물질 만능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ㅅ소아마비라는 장애를 품고 살아가야 했던 주인공 윤희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



이 소설을 읽어 가며 가장 깊게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던 대목은 축축한 공장 주변에 피어난 독버섯들을 바라보며 절망을 고백하는 대목이었다. 밖에서 본 공장은 그 여느 때보다 우중충하고 불결해 보였다. 엊그제 가을비 내린 주변은 축축했고 곳곳에 독버섯이 자라 있었다. 언뜻 보면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개암버섯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독버섯의 일종인 노란다발버섯이 꽃송이처럼 수북하게 자라 있었다. 그 옆엔 붉은사슴뿔버섯이 어김없이 발악하듯 오기로 자라 있었다. 죽고만 싶었다.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왜 죽지 못하고 사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 이 구절을 마주하는 순간 한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거대한 삶의 무게와 수모의 깊이가 그려져 가슴 한구석이 아파왔다.



가을비가 내린 뒤 축축하고 어두운 공장 구석에서 발악하듯 오기로 자라난 붉은사슴뿔버섯의 모습은 어쩌면 냉혹한 세월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초상이자 그 시절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먹을 수 있는 버섯으로 위장한 노란다발버섯처럼 겉으로는 달콤한 희망을 보여주지만 실상은 인간을 파괴하는 독으로 가득 찬 세상의 거짓된 얼굴을 포착해 낸 저자의 표현이 좋았다. 온갖 부당한 수모 앞에서 죽고만 싶다는 절망에 빠지면서도 차마 죽지 못해 하루를 버텨내는 그 처절한 고백은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독하고도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들었다.



서순희 작가는 비극적인 현실을 어설픈 위로나 신파로 포장하려 들지 않는다. 차갑고 솔직한 시선으로 인물들이 겪어내는 고통과 부조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들기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존의 의지가 더욱 눈부시게 다가온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과거의 풍요로움 뒤편에는 누군가의 피 땀 눈물을 묵묵히 버텨낸 슬픈 기적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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