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시인의 시집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는 제목에서부터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 시집이다. 살아가며 누구나 마주하지만 함부로 털어내거나 처분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시선이 시집 전체에 짙게 흐르고 있다. 때론 살아있다는 자체가 나를 슬프게 하는 사건이었다는 문장처럼 존재 자체에서 비롯되는 고단함과 슬픔을 마주하게 만든다.수많은 시들 중에서도 기억에 가장 남는 시는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시였다. 버릴 수 없는 슬픔을 마음속 깊은 곳에 파묻어 두었다는 고백과 함께 등장하는 꼬질한 새끼 고양이와 차갑게 식은 별이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현재 사랑스러운 반려견 빵글이를 곁에 두고 키우는 보호자의 입장이라서 그런지 길 위에서 작고 무력하게 스쳐 지나가는 생명들의 아픔과 슬픔이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차가운 길 위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스러져가는 작고 미약한 생명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이 차올랐다.매주 두 번씩 집 안의 쓰레기를 정성껏 분리수거하고 종량제 봉투를 꽉 채워 버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시의 제목과는 다르게 슬픔마저도 봉투 속에 차곡차곡 담아 깔끔하게 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솔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살아가며 쌓이는 마음의 찌꺼기나 어두운 감정들도 쓰레기처럼 훌훌 비워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슬픔이란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분할 수 있는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가 온몸으로 껴안고 지나가야 할 삶의 한 부분임을 일깨워준다. 빵글이와의 다정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 마주치는 세상의 수많은 상처와 슬픔들을 향해 훨씬 더 깊은 연민을 품게 만든 시간이었다.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는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스스로의 슬픔을 보듬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안식을 선물해 주는듯한 시집이다. 슬픔을 억지로 버리려 애쓰기보다 가만히 마음속에 품고 견뎌내는 법은 반야심경에도 나오는 나를 스스로 관찰하라는 말도 떠올랐다.#알발리 #슬픔은종량제에버릴수없어서 #시집 #서평단 #책추천 @albali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