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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볼 - 우리는 소리가 빛난다 ㅣ 로빈의 청소년 문학
서성환 지음 / 안녕로빈 / 2026년 7월
평점 :
살아가면서 어느 날 갑자기 당연하게 누리던 시각을 잃어가게 된다면 그 두려움의 깊이를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서성환 작가의 청소년 소설 골볼 우리는 소리가 빛난다라는 책은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며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아이들의 눈부신 성장을 담아낸 작품이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암흑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가슴 뛰는 도전을 이어가는 주인공들의 서사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마음에 깊게 남았던 부분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주인공 민서의 사연이었다. 민서가 겪고 있는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명이 생소하여 직접 어떤 질환인지 찾아보게 되었다. 망막에 존재하는 시각 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무서워졌다. 맑았던 세상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좁아지는 과정을 견뎌내야 했을 어린 주인공의 공포와 고독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올해 녹내장 진단을 받게 되어서 주변 시야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게 되고 시신경이 조금씩 망가진다고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갔다.
소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니 이 작품이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본선 초청작으로 빛난 진짜 영화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은 직후 궁금한 마음에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실제 영화 작품을 직접 찾아 보았다. 유튜브 씨네공방이라는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영상 속에서 소리 나는 공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온몸을 던져 공을 막아서는 아이들의 팽팽한 긴장감과 생동감은 책으로 읽었던 감동을 더 극대화해 주었다. 안대를 쓰고 오직 귓가를 스치는 찰나의 소리와 감각만으로 경기를 치러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선사했다.
공 안에서 울리는 사소한 방울 소리에 의지해 서로를 믿고 경기를 이끌어가는 골볼이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밀라노 동계 패럴림픽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거친 눈밭과 차가운 빙판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뜨거운 도전을 보여주는 패럴림픽 선수들의 모습이 소설 속 민서와 친구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들의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비해 장애인 스포츠나 패럴림픽을 향한 관심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밀라노 동계 패럴림픽을 떠올리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장애인 스포츠와 패럴림픽 종목들에 대해 훨씬 더 지속적이고 따뜻한 관심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골볼 우리는 소리가 빛난다라는 책은 단순히 시각을 잃어가는 아이의 시련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지혜를 가르쳐 준 책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소리를 통해 빛을 찾아나가는 아이들의 용기는 매일 바쁜 일상을 버텨내는 나에게 따뜻한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타인의 상처를 보듬고 우리 사회의 소외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