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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고양이 펠리스
김명철 지음, 최연주 그림 / 다산책방 / 2026년 8월
평점 :
평소 프로그램 동물농장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친숙하게 접했던 미야옹철 김명철 수의사님의 이름이 적힌 책을 마주했을 때 반갑고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방송에서 고양이들을 치료해주던 저자의 모습을 늘 인상 깊게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수의사이자 고양이 행동학 전문가로서 수많은 고양이들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본 저자가 직접 쓴 고양이 이야기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과 기대감이 차올랐다. 전문가의 깊은 안목과 애정이 그림책 속에 어떻게 녹아 있을지 궁금하여 단숨에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에서 즐거움과 유쾌한 몰입감을 안겨준 대목은 바로 고양이 펠리스가 어쩌다 사람이 되어 진짜 수의사로 활약하게 되는 신선한 설정이었다. 보통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고양이의 진짜 생태와 행동 양식을 그 누구보다 정교하게 알고 있는 수의사 선생님이 쓴 글이기에 펼쳐지는 서사는 실제 고양이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의사가 된 펠리스가 고양이 특유의 감각과 시선을 간직한 채 환자 고양이들을 치료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은 읽는 내내 웃음을 만들었다.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보고 또 고양이들의 숨겨진 속마음을 시원하게 통역해주는 수의사 펠리스의 활약은 진짜 수의사이기에 가능했다.
동시에 이 책은 단순히 유쾌하고 귀여운 동화적 상상력에 머물지 않는다. 최연주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그림을 보여주면서 상처 입은 생명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제 자리를 찾아가는 치유의 과정이 느껴진다. 한쪽 눈을 다친 채 외롭게 살아온 고양이 칼릭스나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펠리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 오해받고 소외된 수많은 존재들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내가 어린이 였다면 이 동화를 마냥 재밌게 봤을텐데 어른이 된 채 그림책을 보다보니 힘들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이 생각나고 동물들을 해하는 못된 인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에 수록된 작가의 말 에필로그를 읽어 내려갈 때에는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깊은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일지라도 우리 곁에서 고요하게 온기를 나눠주는 작은 생명들을 향한 저자의 진심 어린 마음이 전해졌다.
저주받은 고양이 펠리스는 나에게 잊고 지냈던 순수한 상상력과 타인을 향한 다정한 시선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수의사 선생님이 전해주는 활약 속에서 유쾌한 웃음을 얻었고 에필로그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을 누렸다. 내 곁의 소중한 생명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길고양이들에게도 더 다정하게 대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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