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한 게으른 산책자의 사랑과 삶에 관한 다정한 생각
제롬 K. 제롬 저자, 정혜엽 역자 / 우리네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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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 사회의 소음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유쾌한 웃음과 차분한 성찰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읽었다. 제롬 K 제롬 작가의 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라는 에세이집이다. 19세기 영국 특유의 위트와 인간 본성에 대한 예리하면서도 다정한 시선이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어서 읽는 내내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머물렀다. 수많은 일상의 사색들 중에서도 유머러스하면서도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필력 기억에 오래남는 재밌는 독서가 되었다.


​나에게 가장 커다란 즐거움과 깊은 잔상을 남겼던 대목은 바로 개와 고양이에 관하여 파트였다. 현재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반려견 빵글이를 곁에 두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입장이기에 작가가 들려주는 동물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사색에 몰입하여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양이가 개보다 세상 물정에 훨씬 더 밝고 영악하다는 대중의 오해와 고정관념을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내는 부분에서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겉으로는 무심하고 도도한 척하며 세상 모든 이치를 다 통달한 듯 굴지만 실상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고양이의 기묘한 특성과 반대로 오롯이 주인을 향해 바보 같을 정도로 온전한 애정과 충성을 보내는 개의 모습이 재미있고 정교하게 교차되었다. 작가의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곁에서 순박하게 눈을 맞추며 붙어있으려고 하는 우리 빵글이의 다정한 얼굴이 겹쳐 보여 가슴 한구석이 따뜻한 온기가 채워졌다.


​더불어 나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준 또 하나의 대목은 바로 게으름에 관하여 장이었다. 끊임없는 경쟁과 바쁜 효율성만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게으름이라는 단어는 자칫 나태함이나 정체로 오인받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게으름이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의 무기력이 아니라 삶의 거친 소음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온전하게 돌아보고 사색하는 정직한 예술이자 꼭 필요한 삶의 여백임을 일깨워준다. 참된 게으름을 누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치열하게 하루를 버텨낸 노동의 시간이 선행되어야 하며 고요한 쉼의 순간에 느끼는 평온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진정한 원동력이라는 저자의 시각이 기억에 남는다. 평소 나 역시 남들의 속도에 조급해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며 일상 속 작은 여유를 지켜내는 삶을 중요한 관점으로 삼고 살아가는 편이다. 저자가 가르쳐주는 게으름의 숭고한 가치와 내 삶의 지향점이 겹쳐져 불안이 서서히 가라앉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은 나에게 일상의 소소한 사연과 동물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삶을 대하는 여유로운 태도를 가르쳐 준 책이다. 우리 빵글이와의 다정한 일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고 세상이 정해둔 빽빽한 기준에서 벗어나 나다운 삶의 여백을 일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알려 준다.

@bagseonju534
@vip77_707
@human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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