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을 통과하는 중 ㅣ HiP 시리즈
허진희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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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지나간 시절이나 과거의 특정 순간을 되돌아보며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볼 때가 있다. 도망치듯 돌아서야 했던 시간 속에 묻어둔 미안함이나 깊은 죄책감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가슴 한구석에 앙금으로 남아 있기도 한다.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큰 사랑을 받은 허진희 작가의 신작 연작 소설 엔딩을 통과하는 중은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구원의 손길을 건네주는 미스터리 시간 여행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인상 깊고 좋았던 부분은 서이의 이야기와 다울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서사 구성이었다. 15 년 전 죽고 없는 친구 다울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 폭설을 뚫고 모령이라는 과거의 공간으로 되돌아가는 서이의 절박한 시선과 그 시절 서이가 미처 다 읽어내지 못했던 다울의 깊은 진실과 속마음이 교차하며 펼쳐지는 서사는 깊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일방적인 회상으로만 흐르지 않고 서이 이야기와 다울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지며 서서히 비밀이 밝혀지는 구조 덕분에 두 인물이 나누었던 감정의 결을 훨씬 다채롭게 느낄 수 있었다.


​15년이라는 세월을 되감아 마주한 그 시절 속에서 서이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죄책감의 실체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과거 도망치듯 떠나왔던 기억의 공간에서 다울이 가슴속 깊은 곳에 품고 있었던 진짜 마음을 하나씩 확인해 가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서로에게 아픔이자 동시에 세상에 하나뿐인 든든한 빛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넘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이해가 서로를 구원하는지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구원이 사람을 살린다는 작가의 메시지처럼 이 소설은 지나간 이별과 비극에 매여 슬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련의 엔딩을 통과하여 나아가는 법을 가르쳐준다. 서이와 다울의 서사를 차분히 따라가는 동안 나 역시 지나간 날들의 아쉬움과 화해하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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