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를 돕는 이유 -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ㅣ 서가명강 시리즈 45
김부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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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부열 교수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지속가능발전과 사회혁신을 가르치는 학자인데,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의 제자라는 이력과 함께 말라위, 에티오피아, 가나,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 직접 개발 사업과 연구를 진행해온 경험이 눈에 띄였다. 책상 위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은 데이터로 쓴 책이라는 게 느껴져서 신뢰가 갔다.


지구는 부유한데 인류의 절반이 굶주린다는 1부부터 시작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17가지 목표, 지구가 계속 불균형해지는 진짜 이유, 그리고 시장과 정부 밖에서 시작된 변화까지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본주의는 왜 잘 작동하지 않을까, 공공시스템은 왜 빈곤 앞에서 무너졌을까를 다룬 3부였다. 지구 전체로 보면 자원과 부가 결코 부족하지 않은데도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여전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짚어내는 대목에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느꼈던 불균형의 구조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곳곳에 마련된 묻고 답하기 코너였다. 각 부가 끝날 때마다 평소에 막연히 궁금했지만 딱히 어디 물어볼 데가 없었던 질문들을 하나씩 짚어주는데 실질적인 궁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라 좋았다. 특히 가난의 원인은 정말 개인의 게으름과 불성실일까라는 질문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평소에 나의 어머니는 근면성실을 강조하며 개인이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에서는 평생 소득을 결정하는 요인 중 어떤 나라와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지가 80퍼센트 이상을 좌우하고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은 2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IQ 150의 아이라도 태어난 나라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된 것도 결국 운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하는 말로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개인의 성실함이나 국민성만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전쟁 이후 특정 시기에 국제 원조를 받을 수 있었던 지정학적 위치,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가능했던 시대적 흐름,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주어졌던 여러 기회들이 겹쳐서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지 순전히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더 부지런하고 성실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어머니 말씀은 우물 안 개구리 입장이라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난한 나라를 돕는 일이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받았던 행운을 다른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가난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고 결국 연결된 세계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국제 개발이나 빈곤 문제에 막연한 죄책감이나 무관심만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흥미있을 것이다. 나도 멈췄던 정기기부를 다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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