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천자전기라는 만화를 즐겨 봤다. 그 안에 등장하던 강태공이라는 이름이 유독 기억에 남았었다. 조금 커서는 봉신연의를 읽으며 그가 위수에서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문왕을 만나 스승으로 발탁됐다는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게 됐다. 어릴 때는 그저 신비로운 도술을 부리는 인물 정도로만 기억했는데 이번에 동양철학전집 고전보감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을 읽으면서 강태공이라는 사람의 삶과 철학을 제대로 마주하게 됐다.그의 이력을 다시 읽어보니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오랜 시간 곤궁한 삶을 견디며 위수 근처에서 때를 기다리던 사람, 목야 전투를 앞두고 모두가 흉한 점괘 앞에서 두려워할 때 썩은 거북 껍질과 마른 뼈가 어찌 앞날을 알겠느냐며 오히려 출병을 권했던 사람. 어릴 때 만화로만 접했던 캐릭터가 오랜 인내로 내실을 다지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주저 없이 결단하는 실존 인물로 그려졌다. 어릴 적 이야기로 먼저 접한 인물을 성인이 되어 그 철학과 삶의 태도로 다시 만나니 이해가 한결 쉽고 깊어지는 느낌이었다.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시 복수불반분이라는 말이었다. 강태공이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던 아내가 훗날 제나라 제후가 된 그를 다시 찾아왔을 때 물을 엎으며 이 물을 다시 담을 수 있다면 받아주겠다고 말했다는 일화다. 처음 읽었을 땐 다소 매정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책은 이걸 단순한 냉정함이 아니라 끝난 인연과 헛된 미련을 스스로 베어내는 결단으로 풀어낸다. 곱씹어 보니 이 말은 인간관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투자를 할 때도 이미 손실이 난 종목을 붙잡고 본전 생각에 매몰되어 있거나, 지나간 선택을 두고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고 자책만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태도가 결국 오늘을 갉아먹는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다음 걸음이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여러 상황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단단한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미련에 등을 돌리라는 1장부터 시작해 엎질러진 인연을 베어내는 법, 텅 빈 그릇 앞에서 무엇을 볼 것인지, 때를 기다리는 용기, 그리고 돌아보지 않는 자만이 맹렬하게 나아간다는 마지막 장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옛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게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의 미련과 후회에 맞춰 재해석해준 덕분에 고전 속 인물의 이야기가 지금 내 삶에 실감 나게 와닿았다.르온서평단(단단한맘&킴히)을 통해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gbb_mom @_kkimhee@water_liliesjin @motivebooks.official#돌이킬수없는과거에서성이고있는이유는무엇인가 #강태공 #모티브 #르온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