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접할 때 단순한 연도 암기나 교과서적인 기록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나 인간적인 사연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김재완 저자의 전작 기묘한 한국사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내가 평소에도 깊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우장춘 박사 편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만큼 강렬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사건을 기존의 시각과 다르게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저자 특유의 필력에 매료되었던 터라 이번 신작 더 기묘한 한국사가 더욱 기대되었다.이번 신작은 전작보다 훨씬 더 넓고 깊어진 서사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역사적 사건 뒤에 숨겨진 음모와 의혹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진실들을 하나씩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완성도 높은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해 준다. 책에 수록된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길을 사로잡았던 대목은 실미도 사건과 안중근 의사에 관한 장이었다.실미도 사건은 영화나 단편적인 정보로만 접해왔지만 저자의 시선을 따라 사건의 배경과 그 속에 던져진 인간들의 처절한 비극을 차분히 짚어가다 보니 영화를 볼 때 만큼 충격을 받았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소모품처럼 이용당하고 사라져간 이들의 사연은 역사란 단순히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잊힌 사람들의 슬픔을 기억하는 일이어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 역시 우리가 흔히 아는 거사의 순간에만 조명을 맞추지 않는다. 그 거사 뒤에 숨겨진 네 손가락의 신화와 남겨진 이들의 복잡한 삶의 과정을 다루어 낸 점이 인상적이었다.무엇보다 이번 책이 나에게 더 깊게 감동을 주었던 이유는 조선 시대를 넘어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그리고 현대에 이르는 근현대사 관련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멀게만 느껴지는 먼 옛날의 역사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근현대사의 수수께끼와 비화들이 훨씬 더 가슴 와닿았고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다.더 기묘한 한국사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사료의 행간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비극 그리고 시대의 어둠을 직시하게 만드는 책이다.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은 역사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오늘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처럼 우리가 몰랐던 한국사의 기묘한 진실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더 넓어지는 시간이었다.#더기묘한한국사 #김재완 #원앤원북스 #한국사 #책추천@ono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