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변화 속에서 우리는 원치 않는 이별과 끊어짐을 경험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클레르 마랭이 쓴 단절들이라는 책은 우리 삶을 뒤흔드는 수많은 단절의 순간들을 철학적인 시선으로 해석해준다. 저자는 단절이 단순히 삶의 파괴나 불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필연적인 과정임을 주장한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 삶 속 깊은 상처로 남아 있던 여러 단절의 순간들이 떠올랐다.특히 나에게 가장 공감 갔던 가족과의 단절을 다룬 부분이었다. 책 속에서 언급되는 노화와 부모님과의 단절에 관한 문장들이 기억 남는다. 나이가 들어 연로해진 부모님은 과거 내 울타리가 되어주던 단단했던 그 시절의 부모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세월의 무게 속에서 변화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실제 죽음이 찾아오기도 전에 이미 정신적이고 내적인 이별을 겪고 있다는 작가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 나의 우주였던 존재가 희미해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일어나는 가장 아픈 단절이었다.이어 물리적 거리가 가져다준 단절은 해외로 이민을 떠나버린 친동생이었다. 어릴 적 한 지붕 아래서 매일 티격태격하며 비밀을 나누던 소중한 혈육이었지만 멀리 이민을 가면서 우리의 관계에는 메울 수 없는 큰 공간의 틈새가 생겨버렸다. 저자가 말하듯 이주와 이별이 가져온 삶의 변화는 동생과 나 사이의 친밀했던 고리를 조용히 끊어놓았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 안부를 주고받아도 각자의 터전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며 생긴 감정의 거리감은 서글픈 물리적 단절의 느끼게 해 주었다.단절들은 나에게 지나간 인연과 흘러간 관계들을 무작정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그 아픈 끊어짐과 결별을 내 삶의 일부로 인정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비록 부모님과의 세월 속 이별과 이민 간 동생과의 낯선 거리가 슬픔을 안겨줄지라도 더 깊이 사색하고 성숙해지는 법을 배운다. 르온서평단(단단한맘&수련)을 통해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단절 #사람인 #클레르마랭 #단단한맘수련서평단@gbb_mom 단단한 맘@water_liliesjin 수련@saramin_books 사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