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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어둠
황시운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6월
평점 :
환한 어둠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어둠이 어떻게 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책장을 넘길수록 서서히 공감으로 바뀌어 갔다. 이 소설은 삶의 가장 고단한 자리를 온몸으로 관통해 온 황시운 작가가 오랜 침묵을 깨고 세상에 내놓은 신작이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지점은 황시운 작가의 가슴 아픈 이력이었다. 작가는 비장애인으로 살았던 35년 동안은 세상이 마냥 만만하게 느껴졌지만 사고 이후 장애인으로 살아온 15년의 시간 동안은 세상이 내내 무서웠다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2007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2011년 추락 사고 직전에 제사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최고의 영광을 안았지만 이내 찾아온 삶의 거대한 균열은 작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통증에 잠식당한 불편한 몸으로 불친절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글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작가 본인이 평생 동안 안고 살아온 지독한 통증과 외로움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에 그들이 겪는 몸과 마음의 아픔은 허구의 이야기를 넘어 사실적으로 읽혀진다.
소설은 저마다의 나이와 상처를 가진 인물들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그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으려 버둥거린다. 서로를 향해 괜찮아요 엄마 우린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던 거예요 하고 건네는 목소리는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상처와 갈등을 어설프게 봉합하거나 섣부른 화해를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통증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온몸으로 서로의 고통을 나누어 갖자고 권유한다.
절망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함께 아파하고 견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황시운 작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증명해 냈다. 나 역시 내 안의 그늘진 구석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동시에 누군가의 아픔을 온전히 함께 아파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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