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의 산책 - 별로 떠난 떠돌이 개
알무데나 파노 지음,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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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우주 개발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보면서 라이카라는 강아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우주로 쏘아 올려진 최초의 생명체라는 수식어 뒤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참으로 잔혹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읽게 된 알무데나 파노 작가의 라이카의 산책이라는 그림책은 그때의 먹먹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했다. 

작가가 그려낸 동화적인 상상력과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체에 시선이 머물렀다. 눈처럼 하얀 바탕에 붉고 푸른 색감들이 어우러져 라이카의 여정을 다정하게 감싸 안는 듯했다. 하지만 그 포근한 그림들을 보면서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고 짙은 슬픔과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 무릎 위에 턱을 괴고 곤히 잠든 우리 집 반려견 빵글이의 얼굴이 자꾸만 라이카의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빵글이의 보호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사람을 무척이나 따랐을 온순한 개가 비좁고 낯선 우주선에 홀로 갇혀 느꼈을 극심한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이 아름다운 그림책 이면에 존재하는 실제 역사적 사실은 너무나 비극적이고 끔찍하다. 당시 냉전 시대의 우주 경쟁에 눈이 멀었던 소련 사람들은 애초에 라이카를 지구로 무사히 데려올 생각조차 없었다. 발사 일주일 후에 독약이 든 사료를 먹여 조용히 안락사시킬 잔혹한 예정표를 짜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계획보다 훨씬 더 끔찍했다. 실제로 라이카는 우주로 보내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우주선 내부의 엄청난 고온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홀로 고통 속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과 위대한 과학적 진보라는 명분 아래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생명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것이다.


물론 라이카의 안타까운 희생이 우주 과학 역사에 남긴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다. 라이카의 비행은 무중력 상태가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하며 인류의 우주 개발 연구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작은 생명의 목숨을 딛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이 우주로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는 귀중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위대한 우주 개척의 역사를 칭송할 때마다 그 차가운 금속 상자 안에서 숨을 거둔 라이카의 공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시선을 붙잡았다. 캄캄한 우주 한가운데서 반짝이는 별이 된 라이카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별이 된 라이카가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을 꼭 기억해 달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느낌을 준다. 라이카의 산책은 단순한 아동용 그림책을 훌쩍 넘어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고민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빵글이를 한 번 더 꼭 안아주며 저 멀리 빛나는 밤하늘 어딘가에서 라이카가 이제는 아무런 고통 없이 자유롭게 산책하고 있기를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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