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나 - 삼십 년 세월을 넘나드는 아빠와 딸의 시간 여행
김종만.김누리 지음 / 지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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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만 김누리 부녀가 함께 쓴 아빠와 나라는 책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킨 특별한 기록이다. 딸인 김누리 작가가 나와 동갑이었다. 그리고 일기장 속 아버지는 나의 생부와 비슷한 연배였다.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동갑내기 작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이상하리만치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내 또래의 여성이 아버지와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과정은 그 자체로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의 구성은 참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삼십 대 시절의 아빠가 쓴 일기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역시 삼십 대가 된 딸이 쓴 일기가 나란히 교차하며 전개된다. 같은 나이대를 살아가지만 두 사람이 마주한 세상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해직과 복직이라는 험난한 시대의 아픔을 견뎌내야 했던 1990년대의 아빠와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새로운 생명을 책임지게 된 2000년대의 딸이 일기라는 매개체로 만난다. 3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 속에서 달라진 시대상을 발견하고 세세한 일상의 변화를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시대는 달라도 30대라는 인생의 치열한 시기를 지나는 두 사람의 고민과 일상은 닮아 있어서 세대를 뛰어넘는 연결감을 준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 따뜻한 부녀의 모습 이면으로 나의 개인적인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중학생 때 생부와 연을 끊고 살았다. 보통의 딸들이 아버지에게 느끼는 든든함이나 살가운 정 같은 것은 내 인생에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덤덤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서로를 아끼고 일상을 나누며 깊이 교감하는 부녀의 모습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는 영영 허락되지 않은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이 책 속에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며 마음을 터놓고 의지하는 작가의 삶이 너무나 아름답고 부러웠다.

글의 곳곳에서 아빠가 딸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아끼는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나와 마음이 뭉클했다.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딸을 생각하며 기뻐하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아버지의 고백은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숭고한지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자식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자문하며 남긴 아빠의 일기를 읽을 때는 더욱 마음이 와닿았다. 나에게는 부재했던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과 무조건적인 내리사랑을 김누리 작가의 글을 통해 대리 만족하며 위로받는 기분마저 들었다. 비록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가 남긴 사랑의 기록들은 딸의 삶을 평생토록 지탱하는 단단한 기둥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어도 서로 상처만 남기는 관계가 있는 반면 이렇게 시대를 건너뛰면서까지 서로를 보듬고 힘이 되어주는 가족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비록 나의 십 대 시절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결핍의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이 책을 통해 아빠와 딸이 주고받는 다정한 온기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하루가 모여 역사가 되고 그 진솔한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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