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책
후안 비요로 지음, 보탬 옮김 / 열림원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후안 비요로 작가의 야생의 책을 읽었다. 멕시코 문학은 이번이 처음이라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묘한 설렘이 있었다. 마침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이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텔레비전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멕시코 특유의 정열적이고 뜨거운 분위기를 상상하며 글을 읽었더니 이야기 속 이국적인 배경이 더욱 생생하게 밀려 들어오는 듯했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주인공 후안이 부모님의 이별로 인해 띠또 삼촌의 집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되면서부터다. 책 속에 묘사된 띠또 삼촌의 기묘하고 엉뚱한 모습은 글을 읽을수록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내가 평소 재미있게 챙겨보던 네이버 웹툰 ‘죽어 천국에 가다’에 나오는 외삼촌 캐릭터의 모습과 그 분위기가 몹시 비슷했다. 약간 괴짜 같으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가지고 있고 조카에게 미지의 세계를 열어주는 매력적이고 미스터리한 어른이라는 점에서 두 인물이 겹쳐 보여 글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삼촌의 집은 그야말로 거대한 도서관 그 자체다. 이곳의 책들은 단순히 서가에 꽂혀 있는 죽은 사물이 아니다. 스스로 위치를 바꾸고 독자에게 장난을 치며 심지어 자신을 읽어줄 단 한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는 생명체처럼 묘사된다. 내가 선택한 책이 아니라 나를 선택한 책에 관한 이야기라는 문구는 독서라는 행위의 본질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수많은 책 중에서 유독 길들지 않고 아무도 끝까지 읽어내지 못한 단 한 권의 야생의 책을 찾아 나서는 후안의 모험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삼촌의 도서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숨어있는 수많은 책은 각자의 영혼을 품고 있다. 독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줄거리가 바뀌기도 하고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그림자 책들도 존재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법한 책들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세계가 펼쳐진다. 마법 같은 공간에서 낯선 책들을 만나며 길을 찾고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소년의 여정은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죽치고 살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 책은 단지 마법과 모험을 다룬 소설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사랑하고 글을 읽는다는 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구원할 수 있는지를 멕시코 문학 특유의 환상적이고 시적인 문장들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방 한구석에 무심코 쌓아둔 나의 책들도 혹시 나를 부르고 있는것은 아닐까 하는 유쾌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책이 가진 진짜 마법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이 매력적이고 따뜻한 멕시코 문학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