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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바람
예예 지음 / 오잇 / 2026년 6월
평점 :
예예 작가님의 하얀 바람을 읽었다. 은은한 보랏빛 배경 속에 눈을 감고 평온하게 기대어 있는 하얀 강아지의 얼굴이 그려진 표지부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일본 교토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림책을 두루 공부한 작가가 만화와 회화의 기법을 결합해 자신의 반려견 뭉게를 정성껏 그려낸 그림 에세이다. 글 쓰는 멍멍이 시절부터 강아지를 향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반려동물과 인간이 나누는 말 없는 교감의 순간들을 섬세한 붓 터치로 담아냈다.
책장을 천천히 넘기면 반려견 뭉게와 함께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계절의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초록빛 잎사귀들이 흩날리는 숲속에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는 강아지의 귀여운 표정이나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모습 같은 따뜻한 그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우리 집 반려견 빵글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어느새 빵글이와 한 가족이 되어 매일 부대끼며 생활한 지도 벌써 2년째 접어든다. 봄날 흩날리는 벚꽃 아래를 신나게 걷고 가을날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함께 밟으며 빵글이와 보냈던 우리 가족의 사계절 추억들이 작가의 그림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 같아 글을 읽는 내내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번졌다. 일상의 작고 사소한 순간조차 반려견과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찬란한 풍경이 되는지 깨닫게 해주는 마법 같은 그림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마냥 귀엽고 몽글몽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만남 뒤에 반드시 따라오는 필연적인 상실과 이별의 정서가 짙게 배어 나온다. 특히 작가의 애틋한 진심이 담겨 있는 에필로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과거 아내가 결혼 전에 애지중지 키우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보낸 첫 강아지 루이의 마지막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루이가 숨을 거두었을 때 내가 직접 땅에 묻어주었던 그 슬프고 무거웠던 날의 기억이 작가의 글을 타고 생생하게 되살아나 한참 동안 먹먹한 마음이 지속되었다.
책의 뒤표지에 적힌 우리의 바람은 영원히 서로의 곁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묵직한 문장이 루이를 떠나보내며 깊게 아파했던 우리 부부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비로소 나의 바람이 하얀 바람이 되어 나에게 왔다는 작가의 고백은 떠난 아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모든 반려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위로였다.
이 아름다운 그림책은 작은 생명체와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 축복이자 동시에 깊은 애도가 필요한 일인지를 일깨워준다. 마지막 장의 여운을 느끼며 내 발밑에서 평화롭게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빵글이를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빵글이와 함께 숨 쉬고 눈을 맞출 수 있는 지금 이 평범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적 같은 시간인지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미리 슬퍼하기보다는 빵글이가 우리 곁에 머무는 매 순간순간마다 더욱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해 주고 훗날 후회 없이 아름다운 추억들을 산더미처럼 만들어주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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