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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밀리그램의 존재감
오진서 지음 / 세종마루 / 2026년 6월
평점 :
오진서 작가의 500밀리그램의 존재감이라는 책을 읽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매일 부서지고 다시 채워지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작가가 길어 올린 문장들이 나의 일상에도 잔잔한 위로를 건네준다. 숨 쉬듯 성찰하고 유쾌하게 글을 쓰는 내향인이라는 작가의 소개 글부터 나와 닮아 있다는 생각에 글에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책의 여러 챕터 중에서도 타자와 나라는 부분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무척이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늘 설레면서도 때로는 벅차고 힘든 감정을 동반한다. 나는 종종 관계 속에서 누군가와 멀어지는 과정에서 내 탓을 하며 괴로워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500밀리그램의 존재감이라는 꼭지에서 작가가 남긴 문장이 마음의 짐을 가볍게 만들어줬다.
관계는 피고 지는 꽃처럼 일상을 풍요롭게 하다가 돌연 힘없이 시들어 버리기도 한다는 그 문장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작가는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 서로의 시기와 속도가 미묘하게 다른 탓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각자의 터널을 통과하다 우연히 만나 잠시 나란히 걷는 것이 관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영원할 것 같던 인연이 멀어지는 것을 겪으며 자책하던 지난날의 나에게 이제는 그저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허무함을 이렇게 아름답고 체념 섞인 글로 풀어낸 작가의 통찰력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일상 수집가 파트에 등장하는 커피 오마카세 에피소드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무겁고 진지한 성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경험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글솜씨가 매력적이었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 짧은 순간의 경험조차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음을 깨달았다.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500밀리그램이라는 무게는 아주 작고 가벼운 알약 하나의 무게와도 같다. 하지만 그 작은 알약 하나가 우리 몸의 통증을 가라앉히고 회복을 돕는 것처럼 작가가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 소박한 문장들은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치유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대단한 성공이나 화려한 성취를 이야기하는 책들 사이에서 이렇게 작고 내밀한 개인의 존재감을 긍정해 주는 책을 만나게 되어 행운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쉽게 지치고 작은 일에도 생각이 많아지는 내향인이라면 이 책이 따뜻한 처방전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억지로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나의 속도와 모양대로 살아가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응원해주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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