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팝 댄스 - 춤, 팬덤, 소셜 미디어 ㅣ 컬처룩 미디어 총서 44
오주연 지음 / 컬처룩 / 2026년 4월
평점 :
꽤 오래전부터 유튜브나 숏폼 플랫폼을 보면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K팝 댄스 챌린지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저 가볍게 즐기는 유행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게 오주연 작가의 K팝 댄스는 춤이라는 언어가 가진 힘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아이돌 안무의 특징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K팝 댄스와 팬덤이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소셜 미디어 장르로 진화했는지 알려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감탄했던 부분은 저자의 독보적인 이력이다. 저자인 오주연 교수는 현재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무용이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 대학 최초로 K팝 댄스 이론과 실기를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한 인물이다. 퍼포먼스학 박사 학위를 바탕으로 대중춤과 K팝을 학술적으로 연구해 온 선구자라는 점에서 책이 전하는 내용에 신뢰가 갔다. 최초의 K팝 댄스 이론서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사실이 증명하듯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학문적 깊이가 절묘하게 결합된 그녀의 통찰력은 무척 예리하고 흥미로웠다.
1부에서 다루는 K팝 댄스의 역사적 흐름은 평소 내가 몰랐던 새로운 지식들을 채워주었다.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K팝 댄스의 진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가다 보니 내가 학창 시절 열광했던 춤들이 어떤 시대적 맥락에서 탄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카메라 앵글에 맞춰 상반신과 얼굴 표정을 강조하는 제스처 포인트 안무가 어떻게 틱톡이나 릴스 같은 오늘날의 소셜 미디어 댄스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논리적으로 풀어낸 대목은 왜 그런식으로 보여주는지 알게되었다. 과거의 퍼포먼스가 어떻게 현재의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밑거름이 되었는지 그 촘촘한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2부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K팝 댄스 팬덤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가 캘리포니아 일본 뉴욕 등지에서 5년간 밀착 취재한 글로벌 팬들의 이야기는 놀랍고도 뭉클했다. 이들은 단순히 좋아하는 아이돌의 안무를 모방하는 커버 댄스에 머물지 않았다. 유색 인종 팬들이나 난민 청소년들이 춤을 매개로 자신만의 혼종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서로 단단하게 연대해 나가는 과정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타국의 대중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며 자신의 몸과 정체성을 새롭게 가꿔나가는 팬덤의 역동적인 모습은 K팝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강력한 문화적 피난처이자 원동력임을 증명해 주었다.
늘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가볍게 소비하던 화려한 안무들이 이제는 전혀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무대 위 댄서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담긴 치열한 역사적 진화와 무대 밖 팬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의 에너지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얻게 되어 뜻깊은 독서였다. K팝 산업의 이면이 궁금하거나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몸의 움직임만으로 전 세계가 어떻게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연구 기록을 권하고 싶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 )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K팝댄스 #오주연저자 #팬덤 #소셜미디어 #책추천 #서평단 #B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