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도감
박우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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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표지를 봤을 때는 눈에 띄는 형광 연두색 배경에 삐뚤빼뚤한 글씨체 그리고 어딘가 대충 그린 듯한 인물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박우진 작가의 인간실격도감은 제목부터가 독특했다. 부단히 만화를 그리기 위해 살고 있는 생활 만화인이라는 작가의 소개글처럼 이 책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온갖 인간군상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 생활 밀착형 만화 에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바로 그 거칠고 정교하지 않은 그림체에 있다. 예쁘고 반듯하게 다듬어진 웹툰 스타일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것처럼 투박하고 거친 선들이 오히려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한다. 쿨한 척 괜찮은 척 어른인 척 이제 그만할 때도 됐잖아라는 뒤표지의 도발적인 문구처럼 작가는 우리가 겉으로는 포장하고 숨기려 애쓰는 인간의 찌질하고 비겁한 민낯을 그 투박한 펜선으로 날것을 보여준다.

할머니 댁에 자주 가지 않는 당신, 용돈 안 주는 아빠를 원망한 당신, 이간질하는 당신 등 49개의 뼈 때리는 주제들이 나열되어 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중에는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사람도 있지만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진상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미화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아주 정직하고 예리하게 그려낸다.

책장을 넘기며 웃다가도 어느 순간 덜컥 내 이야기 같아 가슴이 뜨끔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밖에서는 세상 둘도 없는 효자인 척하지만 엄마의 부재중 전화는 못 본 척 넘기거나 친구의 기쁜 소식에 축하한다고 댓글을 달면서도 속으로는 배가 아파 잠을 설치는 모습들. 남을 깎아내리며 초라한 위안을 얻는 비겁한 순간들이 만화 컷마다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이자 동시에 그 감옥의 열쇠를 쥔 간수라는 작가의 통찰은 꽤나 묵직하게 다가왔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을 욕하고 비웃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조금씩은 비겁하고 찌질하고 엉망이라는 사실을 쿨하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 엉망진창인 모습마저 끌어안을 때 비로소 진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는 위로가 책 전반에 깔려 있다.

인간실격도감은 완벽함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찌질해도 괜찮다고 그래 나 좀 별로다 근데 너도 그렇잖아라고 툭 던지며 해방감을 선사하는 책이다. 인간관계에 지쳐 타인의 진짜 속마음이 궁금하거나 혹은 꽁꽁 숨겨둔 내 안의 찌질함을 유쾌하게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솔직하고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단단한맘수련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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