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X 한국사 - 혐오를 멈추고 시대를 읽는 현대사 수업
김재원 지음 / 날리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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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국사 시간을 떠올려 보면 늘 고조선부터 시작해 조선 시대 언저리에서 학기가 끝이 났다. 정작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현대사는 교과서 맨 뒷부분에 몇 장 남짓 요약되어 있을 뿐 시험 진도에 쫓겨 제대로 배워본 기억이 없다. IMF 외환위기나 월드컵 그리고 촛불집회 같은 굵직한 사건들은 분명 내가 직접 겪은 일이지만 그 파도 속에서 살아남느라 바빴지 그게 우리 사회와 내 삶에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켰는지 깊게 생각해 볼 여유는 없었다. 김재원 작가의 세대X한국사는 그렇게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현대사 조각들을 하나의 선명한 그림으로 꿰어 맞춰준 책이다.

이 책이 더욱 반갑고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1986년생인 작가와 내가 같은 시대를 통과해 온 동세대라는 점 때문이다. 작가가 개인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90년대 대중문화의 부흥기나 IT 혁명의 소용돌이 그리고 IMF라는 거대한 위기 앞의 불안감 등은 마치 내 경험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을 따라가다 보니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나의 정체성을 형성한 뼈대라는 사실이 와닿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가 흔히 꼰대나 영포티 혹은 요즘 애들이라고 쉽게 이름 붙이며 갈등하는 세대론의 모습을 지적한 대목이다. 작가는 우리가 싸우고 있는 진짜 적은 서로의 인성이 아니라 각 세대가 맞닥뜨려야 했던 가혹한 시대의 규칙이라고 말한다. 잿더미 위에서 하면 된다를 외쳐야 했던 윗세대와 알고리즘의 숲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아랫세대의 척박한 배경을 들여다보고 나니 그동안 뉴스에서 단편적으로만 접했던 세대 갈등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되고 얽혀왔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제1부와 제2부를 거치며 각 세대가 겪어낸 시대적 궤적을 이해하고 나면 제3부의 층간 시대 같은 공간 다른 기억이라는 소제목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주거 불평등과 기술의 변화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명쾌하게 해석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당신의 그 아픈 시대가 결국 나의 시대였습니다라는 뒤표지의 문구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 책은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기 바쁜 우리 사회에 어떤 가혹한 시대를 살아남았느냐는 화해의 질문을 던진다. 서로의 시대를 이해하고 연대할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을 얻고 싶은 모든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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