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공약 - 표와 피의 잔혹사
김주석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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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일 뉴스에서는 각 후보들의 공약과 유세 현장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네거티브 공방과 여론조사 결과에 피로감을 느낀다. 표와 피가 뒤엉킨 선거의 민낯이라는 강렬한 문구를 단 소설 살인공약을 더 몰입감있게 읽었다. 현실의 선거판과 묘하게 겹쳐지는 이 정치 스릴러 소설은 지금 이 시기에 읽기에 좋은 시기였다.

이 책의 저자인 김주석 작가는 형사록과 중증외상센터 등의 드라마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증외상센터를 무척 몰입해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의 첫 장편소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해 왔던 작가의 내공은 소설에서 빛을 발한다. 선거까지 단 2주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날까지 딱 9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을 day1부터 day9까지 빠른 전개 방식은 마치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드라마 대본을 읽는 듯한 속도감을 보여준다.

평소 정치 드라마나 스릴러 장르를 즐겨보는 편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캐스팅을 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형사 오승표 역할에는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는 주지훈 배우를 대입해 보기도 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선거 캠프 사람들의 얼굴도 악역 배우들을 상상하며 영상으로 변환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소설은 한 후보의 공약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끔찍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오직 선거의 승리만을 향해 폭주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권력이라는 괴물이 평범한 인간을 어디까지 타락시킬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형사 오승표가 가진 땅 한 조각이 이 거대한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표를 노린 살인인가 파멸을 부른 욕망인가 라는 책의 질문은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작가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 게임에 머물지 않고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꽃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선택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우리가 던지는 한 표 한 표가 누군가의 핏값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상상력은 선거철을 맞이한 현실의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결말을 향해 달려갈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예측을 뛰어넘는 반전과 함께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의와 불의의 경계가 모호해진 회색 지대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핏빛 체스 판을 벌이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는다.

살인공약은 단순히 장르 소설을 넘어 현실 정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선거라는 화려한 쇼 뒤에 감춰진 잔혹한 진실이 궁금한 사람 혹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웰메이드 스릴러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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