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문법 - 르네상스의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 그리고 언어의 숭고한 힘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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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윌슨 리 작가의 천사들의 문법은 르네상스 시대의 비운의 천재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불꽃 같은 삶을 다룬 책이다. 피코라는 번개가 쳤는데 지구 전체에 천둥이 치지 않았을 리 없다는 문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불과 스물넷의 나이에 구백 가지 논제를 발표하며 당대 최고의 권력에 맞섰다. 언어가 가진 숭고한 힘을 탐구하고 모든 지식을 하나로 묶는 보편적인 진리를 찾으려 했던 그의 열정은 무척 경이롭다.

구백 논제와 죽음의 입맞춤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주제들 중에서도 특히 오르페우스 이야기는 언어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을 아주 매혹적으로 보여준다. 지옥의 신들조차 감동시켰던 오르페우스의 신화적 노래를 피코는 인간의 지성과 우주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마법으로 해석했다. 짐승과 자연 그리고 죽음의 세계마저 움직였던 오르페우스의 하프 연주처럼 피코 역시 진리가 담긴 언어로 단절된 세상을 조화롭게 엮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신화 속 인물을 끌어와 인간 이성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이 대목은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영혼을 움직이는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작가는 종교적 억압 속에서도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았던 피코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지식을 향한 치열한 투쟁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낸다.

오늘날 우리가 매일 가볍게 사용하는 언어의 묵직한 힘과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무분별한 비난과 혐오의 언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낡은 금기를 깨고 진리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던 르네상스 천재의 이야기는 가슴 속에 아주 큰 감동을 남긴다. 진실을 찾기 위해 기꺼이 위험한 심연을 들여다보았던 그의 대담한 지성과 용기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에도 뜨거운 열정의 불씨를 지펴주는 기분이다.

역사와 철학의 깊은 매력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나 말과 글이 지닌 진정한 생명력을 탐구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이 훌륭한 역사 교양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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