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페이지 강보라 그늘 단편선 3
정현수 지음 / 그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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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작가의 단편집 팔십 페이지 강보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검은색 바탕에 무표정한 소녀의 얼굴 일부가 그려진 표지는 왠지 모를 서늘함과 깊은 여운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차피 팔십 페이지짜리 인물인데 뭐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주인공이 자신이 소설 속 인물임을 자각하고 있는 것인지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팔십 페이지 강보라를 비롯해 이주 프로젝트와 별 모양 지구까지 총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각 작품마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 특유의 날카롭고도 섬세한 시선이 느껴진다. 강보라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태도는 정해진 분량과 운명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만의 존재감을 마주하려는 현대인들의 쓸쓸한 자화상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정해진 분량의 삶일 뿐이라는 주인공의 체념 섞인 독백은 오히려 한정된 삶의 페이지를 묵묵히 채워나가야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나머지 두 단편 역시 독특한 상상력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짧은 이야기 속에 묵직한 삶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장편 소설이 주는 긴 호흡의 감동도 좋지만 이렇게 밀도 높은 단편집은 깊은 여백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감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틈을 내어준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다. 책의 두께가 얇아 부담 없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지만 마지막 작가의 말을 덮고 났을 때 마음속에 남는 잔상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거대한 세상 속에서 고작 몇 페이지짜리 배역을 맡은 것만 같아 초라함을 느낄 때 이 책은 깊은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정해진 삶의 굴레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깊이 묻고 싶은 사람이나 짧지만 아주 강렬한 문학적 여운을 느끼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단편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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