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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 - 야구광 철학자의 한국 야구 50년 관전기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탁석산 작가의 낭만의 그라운드 완투에서 불펜까지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철학자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파헤친 아주 독특한 책이다. 과거 선발 투수가 끝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던 낭만야구의 시대에서 철저한 분업화와 데이터로 무장한 현대 야구의 불펜 시스템으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흐름을 아주 흥미롭게 짚어낸다. 단순히 야구의 기술적인 변화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시대상과 인간의 심리까지 꿰뚫어 보는 부분이 돋보인다.
야구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롯데 자이언츠 팬으로서 내가 겪어온 수많은 고뇌와 괴로움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가을 야구는 고사하고 시범 경기에만 반짝 잘하다가 여름부터 속절없이 무너지는 팀을 보며 해마다 분통을 터뜨린 기억이 수없이 많다. 책에서 말하는 낭만이라는 단어가 롯데 팬인 나에게는 왠지 우승이라는 목표보다 그저 지더라도 끈기 있게 싸워주기를 바라는 처절한 희망 고문처럼 느껴져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씁쓸했다. 투수가 완투를 하던 과거의 영광스러운 시절을 그리워하는 대목에서는 무쇠팔 최동원 투수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롯데 우승을 상상했다.
반면 SSG 랜더스 팬인 아내는 야구를 보며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든든한 불펜진과 체계적인 데이터 야구를 앞세워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의 기쁨까지 누리는 아내를 볼 때면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항상 생긴다. 낭만과 열정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현대 야구의 냉혹한 현실을 우리 부부의 엇갈린 희비 교차를 통해 매일같이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아내는 승리의 기쁨에 취해 콧노래를 부르지만 나는 오늘도 지는 야구에 익숙해진 채 쓰린 속을 달래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야속하다.
단순히 야구팬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훌륭한 인문학 서적이다. 승패를 떠나 그라운드 위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의 치열한 삶과 그것을 지켜보며 함께 울고 웃는 팬들의 애환을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야구를 사랑하며 지친 일상을 위로받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철학적인 야구 에세이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비록 내 응원 팀의 성적은 늘 나를 괴롭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이기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다시 야구중계를 보게 만드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마력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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