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 이일하 교수의 아주 특별한 식물학 에세이 지식벽돌
이일하 지음 / 초봄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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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하 교수의 식물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들이 사실은 얼마나 역동적이고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과학 에세이다. 길가에 핀 흔한 잡초 한 송이조차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인식하고 주변과 소통하며 생존해 나간다는 사실이 감동을 준다. 인간의 잣대로는 너무나도 느려 보이지만 식물의 시간은 결코 멈추는 법 없이 아주 정교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식물이 빛을 인지하고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는 생체시계부터 춘화처리와 플로리겐이라는 개화 유전자를 통해 꽃을 피우는 다양한 과정들이 펼쳐진다. 뇌나 신경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잎에서 만들어진 신호를 통해 친족을 알아보고 땅속 곰팡이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소통하는 모습은 인간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식물이 그저 수동적인 생명체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끈질긴 존재임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GMO 즉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교수님의 통찰력 있는 견해다. 우리는 흔히 미디어를 통해 GMO를 인위적이고 위험한 돌연변이처럼 묘사하며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남기 위해 해왔던 품종 개량의 역사라는 커다란 맥락 속에서 GMO를 아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로 설명해 준다. 화학비료의 명암을 짚어내며 유전자 편집 기술이 오히려 다가올 기후 위기와 식량 문제 속에서 제2의 녹색 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과학자로서의 단단한 소신이 돋보였다. 무조건적인 배척과 공포 대신 명확한 팩트에 근거하여 미래의 작물들이 인류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일깨워 주어 독자들이 가질수 있는 편견을 없애준다.

빠름만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식물들의 느린 시간에 발걸음을 맞춰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베란다의 작은 화분이나 출근길의 나무 한 그루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명력 넘치는 끈질긴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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