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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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리 작가의 용궁장의 고백은 평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장강명 작가의 강력한 추천사 덕분에 무척 기대했다. 머리에 불도저가 쳐들어온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장강명 작가의 극찬은 과장이 아니었다. 전작인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거침없는 문체가 이번 신작 소설에서는 더욱 날카롭고 흥미로운 서사로 폭발한다. 거짓으로 평온해지지 않으려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그날 밤 용궁장에 불이 났다 모두가 행복해졌다라는 문장이 이 소설의 서늘한 분위기를 암시한다. 불길 속에서 살아남기를 원했고 그렇기에 모든 인연을 모조리 불태워버린 사람들의 서사는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작가는 누가 불을 질렀는가라는 얄팍한 추리 대신 왜 그들은 불태워야만 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거나 인과응보라는 식의 낡은 관습과 기대들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는지 잔인한 진실을 가감 없이 들추어낸다. 독자의 머릿속에 엉성하게 세워진 도덕적 예상들을 무너뜨리는 작가의 필력에 압도했다.

1부 피해자의 고백부터 시작해 가해자 설계자 생존자 그리고 조력자의 고백으로 짜임새 있게 이어진다. 하나의 화재 사건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입장에 선 인물들이 릴레이처럼 자신의 진실을 털어놓는 구조는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전복되고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전개 속에서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목격하게 된다. 각자의 살 궁리를 위해 서로를 짓밟고 이용하면서도 결국 거대한 비극의 수레바퀴 안에서 얽혀있는 인물들의 군상이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터질 듯 달려나가는 서사와 쉴 새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소설이다. 금기를 부수는 조승리 작가의 거침없는 문장들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남겨준다. 인간관계의 위선과 사회적 통념에 넌더리가 난 사람이나 강렬하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의 힘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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