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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이야기 - 탁실라에서 본 간다라
박동희 지음 / 소장각 / 2026년 1월
평점 :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즐겨 읽는 나에게 박동희 작가의 간다라 이야기는 무척 반갑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탁실라에서 본 간다라가 말해주듯 이 책은 파키스탄 북부의 접경지 탁실라를 중심으로 불교와 그리스 예술이 어떻게 만나고 융합되었는지 그려낸다. 중심이 아닌 경계에서 쏘아올린 문명의 눈부심이라는 문구가 이 책의 핵심을 아주 잘 요약해 준다. 문화유산 복원 전문가인 저자가 직접 폐허가 된 유적지를 걷고 기록한 사유의 결과물이라 그런지 마치 내가 직접 고대 도시의 흙먼지를 밟으며 순례하는 듯한 몰입감을 주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쿠샨 왕조 그리고 구법승 현장과 혜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웅과 구도자들이 스쳐 지나간 용광로 같은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불교 신자이자 불교 미술에 애정이 많은 독자의 입장에서 3부 불교와 미술의 만남 파트를 가장 가슴 뛰게 읽었다. 우리가 지금 법당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뵙고 예불을 올리는 불상이 사실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간다라 지역에서 이교도인 그리스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처음 탄생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읽을수록 경이롭다.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부처님의 수호신인 바즈라파니로 변모하고 서양의 아틀라스가 지붕을 떠받치는 야차로 간다라 건축에 등장하는 대목은 예술과 신앙이 국경을 넘어 얼마나 아름답게 교차할 수 있는지 완벽하게 증명해 낸다. 고행의 극치라고 불리는 라호르박물관의 싯다르타 고행상에 얽힌 이야기를 읽을 때는 진리를 향한 부처님의 치열했던 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감동적이었다.
스투파에 깃든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전설들과 수메다의 자타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돌덩이에 불과했던 유적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얻고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신라의 혜초와 같은 수많은 구법승들의 험난한 발자취를 마주할 때는 편안한 환경에서 안일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했던 나태한 신앙심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목숨을 걸고 척박한 사막과 험준한 산맥을 넘어 진리를 구하고자 했던 그들의 뜨거운 열망이 결국 이 거친 땅에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우게 한 진정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단순한 고고학적 지식이나 미술사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종교와 인간 그리고 문명의 거대한 교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서사를 섬세한 시선으로 복원해 낸다. 불교의 기원이나 불상 조각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읽어야 할 필독서다. 지루하고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시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 고대 간다라의 모습들을 접할 수 있는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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