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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아메리카 - 무일푼 청년의 미국·캐나다·멕시코 낭만 자전거 여행
정우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정우창 작가의 그 여름의 아메리카는 평범한 여행기가 아니라 8240킬로미터를 두 바퀴로 횡단한 무일푼 청년의 멋진 생존기다. 책 표지에 적힌 낭만 자전거 여행이라는 문구를 보고 처음에는 가벼운 에세이일 거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목차를 넘기며 모하비 사막이나 데스밸리 같은 지명들을 보는 순간 내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예전에 호기롭게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떠난 적이 있다. 고작 며칠 타는 것뿐이었는데도 오르막길에서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안장통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포장된 해안 도로를 달리는 것도 그렇게 고통스러웠는데 작가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사막과 끝이 보이지 않는 거친 협곡을 자전거 하나에 의지해 넘었다니 그 무모함과 끈기가 경이롭게 느껴졌다.
책의 배경인 북미 대륙의 광활함은 내가 예전에 다녀왔던 캐나다 여행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소환했다. 나는 당시 편안하게 차를 몰고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차로 달려도 끝이 없는 거대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 존재인지 실감했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그 아득하고 거대한 풍경들을 작가는 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두 눈에 담았을 것이다. 내가 에어컨을 틀어놓고 편하게 감탄만 했던 로키산맥과 옐로스톤의 험한 길을 묵묵히 페달을 밟으며 넘어갔을 작가를 상상하니 내가 했던 여행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단순히 이국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죽음의 계곡에서 물이 떨어져 절망하던 순간이나 거대한 트럭이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갈 때의 공포가 책을 읽는 내내 고스란히 전해졌다. 작가는 거창한 목적이나 대단한 깨달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달렸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청춘이 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한 편의 다큐를 보는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일상에 지쳐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당장 내일 짐을 싸서 자전거를 타고 대륙 횡단을 떠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치열하고 용기 있게 살아낼 동력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 서평은 서평가 지스(@jisikinn.book)의 '지식인 독서단'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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