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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처럼 입기
오조 지음 / 그늘 / 2026년 1월
평점 :
오조 작가의 단편집 나나처럼 입기는 표지의 검은 배경과 하얀 리본처럼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뒷표지에 적힌 왜 이렇게 똑같이 만들었대 징그러워라는 문장은 이 책이 평범한 일상물은 아닐 거라는 짐작하게 만들었다.
나나처럼 입기를 읽으면서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와 완벽하게 똑같아진다는 것 혹은 나를 완벽하게 모방한 존재를 마주한다는 설정은 현대인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풀어낸다. 우리는 늘 남들과 다르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유행을 따라가고 남들이 입는 옷과 먹는 것을 똑같이 따라 하며 무리 속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SNS 속 멋진 사람들의 삶을 흉내 내며 나나처럼 입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끝에 남는 것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니라 복제된 껍데기뿐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예리하게 보여준다.
니나 씨의 비빔밥에는 철학이 담겨 있다와 사용설명서 당신의 용을 해방하라도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여러 재료가 섞여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 우리의 팍팍한 삶도 각자의 고유한 철학으로 뒤섞여 완성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마음속 깊은 곳에 억눌려 있던 나의 진짜 용을 해방하라는 메시지는 타인의 시선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하는 이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했다.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금방 읽히지만 다 읽고 난 뒤 마음속에 남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남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살 것인가 아니면 내 안의 용을 깨워 진짜 나로 살 것인가. 획일화된 세상에서 나만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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