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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 소슬지
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평점 :
원도 작가의 죽지 마 소슬지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전작인 경찰관속으로, 아무튼 언니를 통해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가 이번에는 과학수사대 경찰과 물귀신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만들었다. 혼자 살고 싶은 경찰 변하주와 승천해야 하는 귀신 소슬지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는 판타지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팍팍한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서울의 좁은 원룸 화장실에서 고독사한 스물아홉 살 소슬지의 사연은 결코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왔다. 변사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가 과민대장증후군 때문에 화장실을 쓰면서 귀신과 얽히게 된 주인공 하주의 설정은 웃픈 현실을 보여주는 블랙코디미 같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서 철저하게 혼자였던 두 여성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연대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찬란히 빛났던 거야라는 구절이다. 우리는 늘 혼자라고 생각하며 외로움에 몸부림치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는 나를 응원하고 기다려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죽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이 가치 있었음을 깨닫는 슬지의 모습은 살아있는 지금 내 곁의 사람들에게 더 다정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는 위로를 받았다.
각박한 세상에서 타인과 거리를 두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느슨하지만 다정한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고 유쾌한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작가의 목표처럼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팍팍한 일상에 지쳐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사람이나 혼자라는 외로움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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