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끝으로 걷는 여행 - 정지용·김영랑 시 필사집 - 1930 우리말과 만나다
정지용.김영랑 지음, 이두리 엮음 / 호손재 / 2025년 12월
평점 :
정지용 김영랑 시인의 ’손끝으로 걷는 여행’은 스마트폰 키보드만 두드리던 일상에서 오랜만에 펜을 쥐여준 책이다. 요즘은 긴 글을 읽는 것도 버겁고 짧은 영상만 멍하니 보게 되는데 이 책은 아날로그 감성을 되찾아주었다. 눈으로만 휙 읽고 지나가던 시를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쓰다 보니 시인들이 고심해서 골라낸 단어의 맛이 비로소 느껴졌다. 정지용 시인의 감각적인 이미지와 김영랑의 부드러운 운율을 손끝으로 따라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휴식이 되었다.
이 책에서 기억남는 부분은 정지용 시인의 ‘별’이라는 시를 필사하는 시간이었다.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다는 첫 구절을 적을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캄캄한 밤하늘 아래 홀로 누워 별을 헤아리는 시인의 고독과 그리움이 전해졌다. 눈으로 읽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여백의 의미가 손으로 쓸 때는 깊은 감상을 할 수 있다. 별을 노래하는 시인의 맑은 영혼이 내 탁한 마음을 씻어내리는 듯한 정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게 아니라 시의 풍경 속에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기분이었다. 필사를 하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직 종이 위를 스치는 사각거리는 펜 소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인간관계에 지쳐 마음이 소란할 때 시를 필사하는 시간은 잠시나마 도피처이자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화려한 영상이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쳐있던 뇌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악필이라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쓰다 보니 글씨 모양보다 쓰는 행위 자체가 주는 위로가 더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씨가 비뚤배뚤해도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소란스럽거나 디지털 기기에서 멀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거창한 독서가 부담스러울 때 하루에 한 편씩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손끝으로걷는여행 #호손재 #필사책 #정지용 #김영랑 #시집추천 #필사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신간추천 #손글씨 #마음챙김시 #선물하기좋은책 #독서모임 #시필사 #글쓰기연습 #서평 #1930 #정지용김영랑 #이두리 #교보문고 @hosonjae_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