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텔링 - 운세와 미래에 관한 다섯 편의 소설 앤솔러지 느슨 1
김희선 외 지음 / 상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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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장진영 박소민 권혜영 김사사 다섯 작가가 함께 쓴 포춘 텔링은 운세와 미래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섯 가지 색깔의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집이다. 보통 점이나 운세라고 하면 낡은 미신이나 과거의 유물로 치부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것을 가까운 미래나 SF적 상상력과 결합해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에도 인간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앞날을 불안해하고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 한다는 설정이 묘하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며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진 길인지 아니면 만들어가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역시도 매주 제미나이로 사주팔자로 운세를 확인한다. 각 단편 속 주인공들은 예언된 불행 앞에서 도망치기도 하고 맞서 싸우기도 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래를 마주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명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나오거나 타로 카드가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 기술이 발전해도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불안을 건드린다. 우리는 왜 그토록 미래를 미리 알고 싶어 하는 걸까. 아마도 통제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특히 권혜영 작가의 언럭키 오타쿠의 새로운 숙명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귀멸의 칼날이나 진격의 거인 체인쏘맨 그리고 잘자 푼푼 같은 유명한 작품들을 이야기의 소스로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흥미로웠다. 랜덤 굿즈 깡을 하며 운을 시험하는 오타쿠의 일상을 소재로 삼은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소해 보이는 덕질의 순간에도 운명이라는 거창한 주제가 숨어있다는 걸 보여줘서 읽는 내내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다.

다섯 작가의 개성이 뚜렷해서 지루할 틈 없이 읽혔다. 어떤 이야기는 서늘한 경고처럼 느껴졌고 어떤 이야기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불확실한 내일 때문에 힘들거나 사주팔자에 휘둘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라면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운명보다 중요한 것은 그 운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라는 사실을 담백하게 일깨워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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