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는 12년 차 직장인 생활을 정리하고 집수리라는 낯선 세계로 뛰어든 저자의 직업 생존기를 담은 책이다. 보통 수리 기사라고 하면 거친 남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저자는 30대 여성으로서 공구 가방을 둘러메고 현장을 누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여자가 서 있으면 당황하는 고객들의 시선이나 힘이 약해 못할 거라는 편견을 실력으로 깨부수는 과정이 재밌는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요즘 우리 사회도 직업에 남녀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남자가 간호사를 하거나 여자가 중장비를 운전하면 신기하게 쳐다봤지만 이제는 꽤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힘을 쓰는 일이나 거친 현장은 남자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과 책임감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증명한다. 이런 변화가 반갑고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성별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길 바란다. 사무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에 매달리던 삶에서 땀 흘린 만큼 정직한 결과가 나오는 노동의 삶으로 전환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꽉 막힌 하수구를 뚫고 고장 난 문고리를 고쳤을 때 느끼는 즉각적인 성취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몸은 고되지만 복잡한 인간관계 스트레스 없이 오직 문제 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술직의 매력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나도 집 안에 고장 난 곳들을 직접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싱크대 수도관을 혼자 교체해봤는데 고장날까봐 조마조마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보니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내 공간을 내 손으로 돌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로를 고민하거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보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화려한 성공 신화는 아니지만 묵묵히 자기 기술을 연마하는 직업인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여자인데요집수리기사입니다 #안형선작가 #조원지작가 #크래커출판사 #서평단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