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라는 돌
김유원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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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원 작가의 소설 '심판이라는 돌'은 오점 없는 완벽함을 강요하는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다. 28년 차 베테랑 심판 홍식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그라운드를 지켜왔지만 기계 판정 시스템인 ABS의 도입과 함께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 소설은 그가 은퇴한 스타 선수와 인간 대 로봇의 심판 대결을 펼치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기계의 차가운 정확성 앞에 선 인간의 뜨거운 고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서늘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평소 야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경기를 지켜볼 때 심판은 잘해야 본전이고 실수하면 온갖 비난을 한 몸에 받아내야 하는 가장 외롭고 고달픈 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 두꺼운 보호 장비를 차고 수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그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중계 화면 너머로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홍식이 타구에 맞고 쓰러진 순간에도 심판 때문에 졌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던 장면은 누군가의 오랜 헌신이 너무나 쉽게 폄하받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기계는 지치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지만 인간은 땀 흘리고 고뇌하며 때로는 실수한다. 작가는 그 흔들림이야말로 우리가 기계가 아닌 인간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하는 듯했다.

'심판이라는 돌'이라는 제목은 그라운드에서 묵묵히 판정을 내려야 하는 심판의 직업적 숙명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던지는 가혹한 평가의 돌멩이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시선이라는 심판대 위에서 매일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홍식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분투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완벽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그라운드의 숨겨진 뒷모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이자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해가는 시대에 기계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온기와 진심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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