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라이프
정하린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버 엔딩 라이프'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길을 잃은 두 존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여자 서은과 그녀를 데려가지 못하는 저승사자라는 설정은 첫 장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열아홉이라는 어린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영원한 삶이라는 형벌 아닌 형벌을 받게 된 서은의 사연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신이 피로해서 당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를 천계로 데려갈 수 없다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서글픈 설정은 이 소설이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죽음이 허락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이어가는 삶은 고통 그 자체다. 하지만 작가는 그 절망 속에서도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를 발견해 낸다. 서은이 우연히 경숙의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오만 원이라는 돈이 주는 현실적인 안도감과 타인이 건네는 무해한 친절은 얼어붙었던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녹인다. 세상과 단절된 채 고립되어 있던 그녀가 사람들 틈에 섞여 아주 사소한 행복을 감각해 나가는 과정은 읽는 이에게도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그녀의 곁을 맴도는 저승사자의 시선 또한 흥미롭다. 처음에는 그저 관찰자에 불과했던 그가 서은의 삶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죽음을 관장하는 존재가 아이러니하게도 한 인간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과정은 삶과 죽음이 결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판타지라는 장르지만 그 안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고민들이 가득하다.

예전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지점이기도 하다. 죽음을 모욕한 대가로 열두 번의 죽음을 반복해야 했던 드라마 속 주인공과 죽음을 간절히 원하지만 결코 죽을 수 없는 형벌에 갇힌 서은은 겉보기에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가장 차갑고 절대적인 절벽 끝에서 비로소 살아 숨 쉬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주제 의식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두 작품은 모두 죽음을 삶의 대척점이 아닌 삶을 가장 투명하게 비춰주는 거울로 활용하며 독자에게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떠할 것인가를 질문한다.

죽지 못해 억지로 버티는 하루가 아니라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하루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용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삶이 고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혹은 나만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이 찾아올 때 추천한다.

#네버엔딩라이프 #정하린장편소설 #한끼출판사 #서평단 #판타지로맨스소설 @hanki_book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