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쓴 아빠의 일기 - 상처를 품은 아빠, 남극에서 희망을 말하다
오영식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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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극의 쉐프를 보면 영하의 추위 속에 고립된 대원들이 따뜻한 밥 한 끼로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식탁 앞에 둘러앉은 그들의 모습은 오영식 작가의 에세이 '남극에서 쓴 아빠의 일기'와 묘하게 닮아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정성껏 만든 요리로 동료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면 이 책의 저자는 지구 반대편에서 편지로 아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전한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속 하얀 설원이 머릿속에 오버랩되며 남극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고독과 그리움이 더욱 짙게 다가왔다. 4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뒤로하고 남극 세종과학기지로 떠난 싱글 대디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 같다. 저자가 1년 동안 남극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그 안에서 피어난 단상은 펭귄이나 오로라 같은 신비로운 풍경 묘사를 넘어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영화에서 쉐프가 맛있는 음식을 통해 고립감을 이겨낼 힘을 주었듯 저자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자신을 단련하고 삶의 의지를 다진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문장들은 추위에 떨고 있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스프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특히 떨어져 지내는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잃지 않는 아버지로서의 당당한 모습은 감동을 준다.

이 책은 남극이라는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의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남극의 쉐프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평범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물리적인 거리가 결코 마음의 거리를 멀어지게 할 수 없음을 증명해 보인다. 얼음 벌판 위에서 피어난 가장 뜨거운 부성애를 만나는 순간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 마음에도 다시 봄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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