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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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뻗은 도로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 그리고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의 사연처럼 로드무비가 주는 특유의 해방감과 쓸쓸함을 즐겨보는 나에게 차현진 작가의 드라이브 피플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그 차에 탄 순간 모든 것이 뒤집혔다는 강렬한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은 빼앗긴 렌터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우리네 인생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도로 위를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로드무비의 매력은 목적지가 아닌 과정 그 자체에 있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낯선 길 위를 달리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마주한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드라이브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맞물려 묘한 쾌감을 준다. 꽉 막힌 도로 같은 일상 속에서 핸들을 쥐고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잠시나마 시원한 일탈을 선물한다.

로드무빙서 자주 나오는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우연히 같은 차에 탄 사람들은 처음에는 갈등하고 반목하지만 함께 길을 잃고 헤매는 과정에서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게 된다. 이는 로드무비의 전형적인 문법이면서도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어 진부하지 않게 다가왔다. 정해진 경로를 이탈했을 때 비로소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나 또한 내 인생의 운전대를 다시금 꽉 쥐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때로는 경로를 이탈해도 괜찮다. 그 길 끝에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낯선 길 위에서 마주하는 우연과 만남이 오히려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드라이브 피플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잠시나마 시원한 드라이브를 떠난 듯한 해방감과 위로를 선물하는 소설이다. 로드무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텍스트로 펼쳐지는 이 생생한 도로 위의 여정에 분명 매료될 것이다. 당장이라도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잠시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이 책과 함께 경로를 이탈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드라이브피플 #차현진작가 #로드무비 #한끼출판사 @hanki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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