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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야 애틋한 사람들 - 착해 빠진 자식들의 나답게 살기
산드라 콘라트 지음, 이지혜 옮김 / 타래 / 2025년 9월
평점 :
부모와 멀어져도 여전히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고 미워하면서도 죄책감이 드는 복잡한 감정이 든다. 아마도 많은 자식들이 평생을 품고 살아가는 마음일 것이다.
저자 산드라 콘라트는 그런 감정을 착해 빠진 자식들이라는 말로 정의한다. 그들은 늘 부모의 기대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보다 부모의 기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바로 그 착함이 어떻게 자기 삶의 경계를 흐리고 자아의 성장을 방해하는가를 분석한다.
떨어져야 애틋한 사람들 체크리스트를 먼저 보게 되었다. 아빠에게 선을 긋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나는 부모님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이런 문장들 중 단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아직 부모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는 말에 한국의 캥거루족들이 생각났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
책의 여러 문장에 오래 공감갔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를 털어내고 싶지만 미움을 살까 봐 두렵다. 이런 문장들도 효도를 중요한 미덕으로 느끼고 있는 유교문화 속 자식들의 고백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부모를 원망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부모에게 품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용기를 주면서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이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첫걸음임을 보여준다.
부모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단절이 아니라 성숙한 관계의 시작임을 일깨운다. 부모님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내 삶의 경계선을 설정하고 나답게 살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모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하게 거리 두기를 배움으로써 서로를 더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즉 떨어짐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의 형태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한국에서 남자면 군복무를 보통 하기 때문에 부모에게서 떨어지는 긴 시간이 생긴다. 나 역시도 군복무를 하고 돌아와서는 몇 달 안되서 고시원에 방을 잡고 따로 살기 시작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살아봐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고 생각한다.
떨어져야 애틋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이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진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거리를 두어야 비로소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까지 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성인이 되어서 독립을 못한다면 자신의 인생도 망가지고 부모의 인생도 비참해지는 경우가 꽤 많다.
마음 한켠이 묘하게 따뜻해졌다. 부모와의 관계는 누구에게나 복잡하고 그 안에는 사랑과 미움이 얽혀 있다. 이 책은 그 복잡함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나처럼 일찍 부모에게서 완전한 독립을 하고, 결혼 하고서도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때로는 죄책감이 들어야 하나 싶을 때도 있겠지만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떨어져야 애틋한 사람들. 이 책은 부모에게서 자유롭고 싶지만 죄책감에 망설이는 모든 어른 자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결국 이렇게 속삭인다.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나답게 살아도 괜찮다. 그리고 부모 역시도 자식의 인생에서 손 벌리거나 또는 받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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