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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 ㅣ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일본을 여러 번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화려한 네온사인 뒤편에 숨은 조용한 변화였다. 사람이 북적이던 상점가에 폐점 간판이 붙어 있고 편의점 점원 대신 셀프 계산대가 늘어나고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당연한 풍경이 자주 보였다.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은 바로 그 변화의 본질과 원인을 짚어낸 책이었다.
저자는 일본 현지에서 소비 세대 인구 지역 라이프스타일의 흐름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다섯 가지 키워드 양극화, 탈세대, 지방 소멸, 1인 가구, 인구 감소를 중심으로 일본 사회의 미래를 해석한다.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단순한 위기로 치부하지 않는다.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는 독자로서 책에서 제시하는 이 5가지 키워드는 내가 거리에서 목격한 현상들과 정확히 일치했다.
'양극화 소비의 중간이 사라지다' 정말 공감했다. 도쿄를 여행하다 보면 긴자의 초호화 명품관과 백화점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는 동시에 돈키호테나 교무 슈퍼 같은 초저가 할인점 역시 엄청난 인파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 중간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을 제공하던 어중간한 가게들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 이 중간의 소멸을 정확히 짚어내며 소비자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해 준다.
'1인 가구 혼자이기를 선택하다' '탈세대 취향이 기준이 되다' 이 두 가지는 도쿄의 일상 그 자체이다. 편의점마다 가득 찬 1인용 HMR 가정 간편식과 히토리 야키니쿠 히토리 라멘처럼 혼자서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의 확산은 1인 가구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준다. 책은 1인 가구 증가 속에서 등장한 초소형 주거 브랜드의 사례도 보여준다.
또한 '탈세대 현상' 나이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 소비의 기준이 되는 모습도 흥미롭다. 예전에는 20대 여성에게 인기 같은 마케팅이 통했다면 지금은 시부야 한복판에서도 연령대와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나 아이돌 굿즈를 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 중에 마주했던 일본의 풍경들이 떠오르며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왜 도쿄의 백화점은 여전히 럭셔리함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청년층을 겨냥한 팝업 매장을 병행할까. 지방 소도시의 상점가는 왜 여전히 폐허처럼 보이는데 그 속에서도 작은 카페들이 꾸준히 문을 여는 걸까. 책은 그 모든 질문에 경제적 사회적 맥락을 부여해주었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다음 시장의 시작이다라고 단언하는 대목도 공감이 갔다. 감소와 쇠퇴로 보였던 현상들이 사실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환점이 된다는 통찰을 얻게 되었다.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미 우리 사회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일본 사회에서 나타나는 이런 흐름은 곧 한국이 맞이할 현실이라는 문구가 무겁게 다가왔다.
여행자로서 일본을 관찰할 때 놓쳤던 디테일이 이 책을 통해 맥락을 얻으며 완전히 새롭게 보였다. 다음에 일본을 다시 찾는다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변화의 현장을 눈여겨보고 싶다.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은 일본의 현재를 읽는 책이자 다가올 한국의 미래를 미리 체험하게 해주는 좋은 인사이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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