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남긴 365일

네가 남긴 365일
유이하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9월

'가을비에 금목서가 지던 어느 날 너는 떠났다. 그리고 그날 내게 남은 365일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운명을 이야기한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흑백으로만 보던 소녀 유주. 그런 유주의 세상에 찬란한 색채를 가르쳐준 유일한 사람 가현. 하지만 가현은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는 비극적인 운명을 안고 있었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한 사람의 부재가 남은 사람의 1년을 어떻게 채우는지를 보여준다. 가현이 떠난 후 유주는 그가 남긴 무채색의 버킷 리스트와 유령 레터를 받게 된다. 세상을 색으로 보지 못했던 유주가 아이러니하게도 색을 잃어가던 가현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결심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가장 주목되는 시작점이다.

유주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다채로운 세상이 한 사람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세상을 알려준 단 한 사람이 사라진 세상은 또 얼마나 무채색일지 상상하게 된다. 이 소설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은 이유는 이처럼 가장 보편적인 사랑과 가장 극적인 상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비슷한 느낌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떠올릴 것이다. 한 사람이 떠나고 남겨진 사람이 그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한다는 설정은 두 작품의 닮은 점이다. 하지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시한부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 소설은 상실 이후의 삶을 살아내는 남겨진 자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춘다. 두 이야기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사랑의 의미를 깊이 되묻게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을 준다.

네가 남긴 365일은 단순히 슬픈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남겨진 사람이 떠나간 사람의 기억을 안고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유주가 가현의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은 그를 애도하는 방식이자 동시에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다.

365일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떠나간 네가 남겨준 마지막 선물이었고 내가 너를 기억하며 다시 살아갈 이유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라질 때 내가 그의 목소리가 되어준다는 광고 문구처럼 유주는 가현의 눈이 되어 그의 마지막 1년을 완성한다. 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 슬프고 눈부신 헌신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지면 좋을 작품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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