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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평점 :
셀마 라겔뢰프의 포르투갈 황제는 가장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가장 슬픈 이야기라는 평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소설이다.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라겔뢰프가 이토록 가슴 아픈 사랑과 상실 광기의 대서사시를 썼다는 사실이 놀랍다. 표지만 보면 따뜻한 시골 풍경이 펼쳐질 것 같지만 그 안에는 가난과 현실의 고통을 견디기 위한 인간의 환상이 담겨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가난한 일꾼 얀이 있다. 그는 계획에 없던 딸의 출산으로 삶의 무게를 짊어지지만 그 딸은 곧 세상의 모든 기쁨이 된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던 삶은 딸이 성장해 도시로 떠나고 소식이 끊기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딸의 부재를 견디지 못한다. 돌아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던 그는 견딜 수 없는 상실감 속에서 결국 망상 속의 포르투갈 황제가 되어버린다.
그에게 황제의 자리는 현실의 빈곤을 이겨내기 위한 정신적 피난처다. 동시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견디기 위한 마지막 자존심이다. 이 지점에서 영화 인셉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현실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스스로 꿈 속의 세계를 구축해버리는 인물들처럼 말이다. 라겔뢰프는 얀의 상상이 어리석음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인 자기 위안임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보다 망상은 훨씬 달콤한 법이니까.
한 아버지가 붙잡고 싶었던 꿈과 놓을 수 없었던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다. 민담의 뼈대 속에 인간 심리의 깊은 탐구를 놀랍도록 잘 녹여냈다. 현실은 비극이지만 라겔뢰프의 문장은 그 비극을 부드럽고 아름답게 감싸 안는다. 인간의 약함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지고 오히려 그 약함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만든다. 그 절절한 사랑과 슬픔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게 하는 소설이었다.
<단단한 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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