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훈련병 - 엄마의 눈물과 지휘관의 염원이 만나는 곳
이소영.고유동 지음 / 업글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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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마크를 단 지 한참이 지나 이제는 군대 시절의 기억이 아득해졌지만 훈련병 시절은 뚜렷하게 기억난다. 군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아이의 표지를 보자마자 훈련소 입소 날 대문 앞에서 애써 눈물을 참으시던 어머니의 얼굴과 연병장에서 호령하시던 신병교육대대장님의 딱딱한 표정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솔직히 말해 훈련병이었을 때 결코 위대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저 매일 밤 집이 그리워 뒤척이고 어설픈 동작으로 각을 잡다 혼나기 바빴던 수백 명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그 시절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염원으로 지탱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엄마의 눈물과 지휘관의 염원이 만나는 곳이라는 부제처럼 도무지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두 사람 즉 아들을 보낸 엄마와 그 아들을 받은 신병교육대대장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책의 엄마 파트를 읽을 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날 군대에 보냈던 어머니의 마음속을 엿보는 듯했다. 밥은 잘 먹을까 잠은 잘 잘까 혹시 아프진 않을까 훈련병 시절 가끔 걸려오는 전화에 나 잘 지내라고 퉁명스럽게 끊곤 했던 내 뒤에서 어머니가 이런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구나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그땐 미처 몰랐던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사랑의 무게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예비역으로서 정말 흥미로웠던 부분은 단연 지휘관의 이야기였다. 솔직히 훈련병 시절의 대대장님은 그저 멀리서 연설하는 가장 높고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지휘관은 엄마의 불안한 질문에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과 훈련병을 성장시켜야 하는 책임감 사이에서 고뇌하고 그들의 작은 변화를 염원하는 또 다른 부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속에 그런 인내와 염원이 있었음을 이 책을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위대한 훈련병이라는 제목이 다시 보였다. 어쩌면 훈련병 스스로가 위대했다기보다 밖에서는 엄마의 눈물이 안에서는 지휘관의 염원이 그 어설픈 20대 청년을 붙들고 있었기에 그 시간이 위대한 과정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아들을 군대에 보낼 부모님들께는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이미 그 시간을 통과해 온 예비역들에게는 나의 20대가 결코 나 혼자만의 힘으로 지나온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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