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혹은 자유롭게
이재복 지음 / 모던앤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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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턴가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에 무뎌졌는지 모른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무한한 카탈로그 속에서 영화는 어느새 일시 정지가 가능한 콘텐츠가 되어버렸다. 이재복 작가의 영화 에세이 자연스럽게 혹은 자유롭게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영화가 단순한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는 존재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일깨운다.

“영화는 스크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영화의 진짜 시작이 스크린이 꺼지고 난 뒤, 관객의 마음속에서 계속 상영되는 감정과 생각들이라고 말한다. 어둡고 고요한 극장 안에서, 우리는 낯선 빛의 파편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다시 마주하고 그 여운이야말로 예술이 우리에게 남기는 진정한 선물임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익명성과 어둠이 어떻게 우리를 일상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는지 탐구한다. 극장은 온전히 나 자신과 스크린 속 세계에만 집중하며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다. 우리가 왜 굳이 집을 나서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 타인과 함께 영화를 보는지 그 이유를 깊이 깨닫게 된다.

이재복 작가의 시선은 비평가의 논리를 넘어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다. 그는 질 들뢰즈의 철학을 빌려 영화를 사유하는가 하면 짐 자무쉬의 패터슨에서 ‘일상 속 시’를 발견한다. 그의 글을 통해 영화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고, 공간을 확장하며 관객의 마음에 또 하나의 현실을 심는 세계를 새롭게 쓰는 언어로 다가온다.

평소 '공각기동대'나 '무산일기' 같은 영화를 인상 깊게 본 독자라면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공각기동대'를 보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서 존재의 의미를 곱씹었던 경험은 철학적 성찰의 장으로서의 영화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무산일기'의 처절한 생존기를 보며 스크린 속 인물들과 함께 고통받고 희망을 품었던 그 몰입의 순간은 저자가 왜 그토록 ‘극장이라는 어두운 공간의 자유’를 강조하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이처럼 강렬한 여운을 남겼던 영화들이 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해설서가 되어준다.

영화를 이야기를 소비하는 행위라고만 여겼지만 글을 통해 영화가 철학적 성찰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배웠다. 자연스럽게 혹은 자유롭게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깊은 감동을 받게 하고 삶을 성찰하는 이에게는 사유의 자유를 선물하는 한 편의 철학적 영화 같은 에세이다.

<단단한 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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