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까진 필요 없어 바일라 25
김윤진 지음 / 서유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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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 작가의 장편소설 '용기 따위 필요 없어'는 세상이 외면한 청소년들의 내면을 바라보며 쓴 기록이다. 거창한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평범하고 연약한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최악의 하루를 건너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SNS에서 벌어진 한 사건, ‘민트 맛 피자 같았던 최악의 그날’ 부터 시작된다. “영상은 더 교묘하게 합성되어 인스타에 퍼지고 있었다. 지독하게 잔인하게...” 디지털 공간 속에서 폭력은 손쉽게 그러나 잔혹하게 번진다. 작가는 그 속에서 상처받은 한 인물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나’와 ‘진짜 나’의 괴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하지만 속으로는 비명을 삼키는 청소년의 내면이 차분한 문체 속에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사건보다 감정의 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을 단순히 나누지 않는다. 그저 “그날 이후, 아무도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들, 진실을 말할 수 없어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기억들. 소설 속 인물이 겪는 고통은 관계와 세상의 오해 속에서 상처받아 본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 독자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손과 손이 맞닿는 그 따스함과 찌릿한 전류를 느끼며 살자”는 것이었다. 거대한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가 없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초인적인 힘이 아니라 내밀어진 단 한 사람의 손길일지 모른다. 바로 그 작은 연결의 온기가 어떻게 한 사람을 구원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용기 따위 필요 없어'는 용기를 강요하는 세상에 지친 이들에게 이미 버티고 있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고 그저 살아남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용감한 일이라고 말해주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용기 따위 필요 없어’라는 제목이 더 이상 반어적인 외침이 아니라 상처를 인정하고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작은 진심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도서는 @seoyujae_books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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