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허기
정능소 지음 / 메이킹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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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허기’라는 제목은 혼자가 익숙해진 시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에게서 위로받기를 원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는다. 정능소 시인의 시집 '관계의 허기'는 바로 그 채워지지 않는 관계의 갈증을 섬세하고도 쓸쓸한 언어로 어루만지는 책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옛 가락으로 위로받기를 원하며 희망의 깃발로 펄럭이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처럼 이 시집은 시대가 변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인간 본연의 소망을 노래한다.

시 속에서 관계는 늘 빛과 그늘을 동시에 지닌다. 표면적으로는 화려하고 번성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텅 빈 허무와 고독이 스며 있다. '얼룩' 이라는 시에 '그대가 쌓았다는 담은 한날 열목일 뿐이고 / 그들이 떠난 자리의 얼룩은 / 당신일지도'라는 대목은 우리가 살아가며 관계 속에서 남기고 떠안는 흔적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시인은 화려한 언어로 포장하지 않고 관계의 부재나 파열 같은 날것의 현실을 담담하게 써냄으로써 오히려 더 큰 공감과 치유의 힘을 전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에서 문득 혼자 앉아있을때 '관계의 허기’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도 문득문 찾아오는 외로움, 무언가로도 채워지지 않던 마음의 빈 공간이 보인다. 시인은 바로 그 허기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우리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속삭여주는 듯했다. 나 역시 지금의 인간관계 속에서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흘려보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관계의 허기'는 관계의 상처를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힘을 주는 책이다. 동시에 그 허기 속에서도 다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연결을 갈망하는 인간다움을 일깨운다. 정능소 시인은 우리가 잃어버린 관계의 의미를 허기라는 단어로 압축해 내며 독자로 하여금 그 허기를 인정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고 있다. 내 삶의 관계들을 더 소중히 바라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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