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싸맨 보따리 - 해방 80년 돌아 본 불교
이성수 지음 / 담앤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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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저자의 '꽁꽁 싸맨 보따리'는 제목부터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표현은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한국 불교의 근현대사가 마치 꽁꽁 묶인 채 숨겨져 있었다는 점을 상징한다. 30여 년간 불교와 사회를 기록해온 저자는 ‘해방 80년’이라는 시간의 좌표 위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산사의 고요한 이미지를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한복판에서 뜨겁게 숨 쉬었던 불교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헤치는 기록물을 선보인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근대 불교사를 ‘역동적인 응전의 역사’로 재조명한다. 책은 단순한 불교사 기록을 넘어 일제강점기라는 억압 속에서도 신앙과 삶을 지켜낸 스님들의 고뇌와 저항 그리고 해방 후 급변하는 사회 속 불교가 겪었던 굴곡을 구체적 사례와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독립운동의 맥락에서 불교인들의 발자취를 되살려낸 부분은 불교가 단순히 개인의 해탈을 추구하는 종교를 넘어 민족의 고통과 함께하며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을 이어온 저항의 역사였음을 목격하게 한다.

우리가 교과서나 대중 담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아 잊고 있던 혹은 아예 몰랐던 역사의 정보들이 가득했다. 낡은 흑백 사진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말을 걸어오는 듯 그들의 삶과 고통, 그리고 희망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불교라는 종교를 넘어 한 세기의 한국인이 겪었던 고통과 저항을 다시 배우는 경험이었다.

방대한 자료와 사건을 다루다 보니 때로는 그 서술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무게는 오히려 외면당했던 역사적 진실의 무게이며 이 책이 쉽게 흘려 읽기보다 곱씹어야 할 기록임을 증명한다. 수불 스님, 함현 스님 등 추천사에서 강조했듯이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오늘의 불교와 한국 사회를 성찰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꽁꽁 싸맨 보따리'는 불교 신자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해방 80년의 시간을 넘어 아직도 풀리지 않은 근현대 불교사의 매듭을 풀어내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숨겨진 역사를 환기시킨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바라보는 눈을 바꿔주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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