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일 밤의 뮤지컬 -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N차 관람 뮤지컬의 감동 ㅣ Collect 37
윤하정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8월
평점 :
뮤지컬 팬에게 공연이 끝난 후 밀려오는 여운과 허전함은 숙명과도 같다. 꺼진 무대 조명, 텅 빈 객석을 뒤로 하며 느꼈던 그 감동과 환희를 다시 한번 느끼는 걸 원한다. 윤하정 작가의 '30일 밤의 뮤지컬'은 바로 그 아쉬움을 채워주는 뮤지컬 소양 도서다.
특히 나처럼 '헤드윅'의 처절한 고백에 감동하고, '킹키부츠'의 'Raise You Up'을 외치며 들썩거려 본 관객이라면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책의 뒷표지에서 <헤드윅>의 고백, <킹키부츠>의 용기!’라는 문구를 발견했을 때 예전 공연을 봤던 기억이 떠올라서 반가웠다. 단순히 30편의 뮤지컬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작품이 가진 핵심적인 감정과 메시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헤드윅'의 이야기는 단순한 리뷰가 아니었다. 그것은 상처받은 영혼이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는 처절한 여정,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었다. 무대 위에서 토해내던 헤드윅의 절규와 사랑의 노래들이 글자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 처음 'The Origin of Love'를 들었던 그날의 떨림을 다시 느끼게 했다. 이 책은 헤드윅의 무대를 ‘고백’이라 정의하며 그의 이야기가 왜 우리 모두의 상처와 맞닿아 있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그런가 하면 '킹키부츠'의 페이지는 그야말로 짜릿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편견에 맞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킹키부츠’를 만들어내는 찰리와 롤라의 여정은 ‘용기’라는 단어로 완벽하게 요약된다. 남들과 다른 모습 그대로 ‘Just Be!’를 외치던 롤라의 당당함, 그리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하던 엔젤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책은 그저 유쾌한 쇼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포용하는 용기에 대한 찬가로서 '킹키부츠'가 왜 위대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이 책의 매력은 내가 사랑하는 두 작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30일 동안 매일 밤 새로운 뮤지컬의 세계로 떠나는 이 여정은 미처 몰랐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은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든다. 입문자와 마니아 모두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프리뷰, 그리고 QR코드로 만나는 하이라이트 영상은 극장의 감동을 방구석 1열로 고스란히 옮겨온다.
단순한 가이드북을 넘어 무대와 관객 사이의 시간을 이어주는 따뜻한 연결고리다. 나의 인생 뮤지컬들을 다시 한번 N차 관람한 듯한 충만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새로운 인생 뮤지컬을 찾아 다시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설렘이 피어올랐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풍요로운 30일 밤을 선물할 것이다.
#윤하정 #30일밤의뮤지컬 #동양북스